"전학가고 싶어요" 학원차·버스로 40분 달려야 하는 등굣길

교육부, 신설학교 '볼모로' 학교 통폐합 강요…지역갈등 조짐도

경기도내 한 과대과밀 학교. 학생수가 2천명이 넘어 등학교시 인근 교통체증 유발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경기교육청 제공)
"학교가 너무 멀어요. 걸어서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가까운 학교로 전학가고 싶어요."

경기도 평택 청북지구내 한 아파트 입주민 이선희(38·여)씨는 딸(8)을 2년째 학원 차에 태워 학교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학교가 너무 멀어 학원차를 타야 등하교가 가능하다"며 "그것도 태권도나 검도 같은 스포츠 관련 학원들만 아침까지 차를 태워줘서 여자 아이도 태권도 학원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올해 말까지 지구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초등학생 수는 최소 500명.

이에 지역교육청도 2년 전부터 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교 부지(가칭 청북1초)는 수풀로 우거진 채 공터로 방치돼 있다.

학생들은 어른 걸음으로 30분이 걸리는, 지구내 유일한 초등학교인 청옥초까지 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전국적인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의 전제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생긴 일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통폐합 문제는 최소한 3년 이상이 걸리고, 학부모들이 반대라도 하면 그 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며 "학생들은 계속해서 늘어나 피해가 불보듯 뻔한데 언제 될지 모를 학교 통폐합을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구내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의 한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통폐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져, 지역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 "버스 타고 40분 가야되는데…" 인근학교 맞나?


2018년 5월부터 5천 100여 세대의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도 학교를 세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

서울시교육청은 지구내 900명 정도의 중학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사기간(최소 2년 반)을 고려해 지난 4월 항동중학교(가칭) 신설을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반려했다.

학생들을 인근 학교들로 분산배치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구에서 그나마 가까운 우신·천왕·오남중학교까지는 대중교통으로 40분이나 걸린다.

게다가 이들 학교들의 학생 수용능력도 이미 포화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 전반의 학생수 감소가 모든 지역에서의 학생수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부 말대로 하면 학구내 모든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일 교육부와 일선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연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올린 신설 의뢰 학교 78곳 가운데 12곳만 승인했다.

나머지 66곳에 대해서는 조건부 승인(10곳), 재검토(55곳) 또는 반려(1곳) 조치했다.

경기도 평택 청북지구내 청북1초(가칭) 부지. 교육부가 학교 신설을 볼모로 인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요구함에 따라 2년째 빈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윤철원 기자)
사실상 신설이 거부된 대부분의 학교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나 '인근학교 분산배치' 등의 권고가 내려진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사 결과에 대해 "전국적으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우리가 나가야 할 정책적 방향"이라며 "하지만 지역에 따라 학교 통폐합에 적극적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학교 신설과 통폐합을 연계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과대과밀 학교 관계자는 "무턱대고 근처 학교로 분산하라고 하는데 분산할 수 있는 학교가 없다"며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모든 학교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과대과밀 상태인 해당 학교는 지금 이대로라면 2018년 학생수는 2400명이 넘고, 급당 학생수도 4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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