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과학기술전략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연구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할 맛' 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연구자들에게 간섭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지원할 것은 충실히 지원하되 불필요한 간섭은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며 "연구비 집행이나 관리와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들도 과감하게 제거해 서류 작업이 아니라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끝자락에도 "정부는 선정된 프로젝트에 대해서 R&D와 인력양성 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구축, 규제 개혁, 세제, 금융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면서 규제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관료 중심의 연구체계를 개선하고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과학기술이 우리 성장을 이끌어온 것처럼 앞으로의 성장도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업계의 이익에 치중하는 R&D체제로의 전환 가능성,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을 관리감독할 행정력 축소 등의 부작용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이날은 '과감한 제거' 대상으로 언급됐지만, 박 대통령은 이틀 전과 전날에는 훨씬 강경한 표현을 썼다. 지난 10일 국무회의 때는 '파괴적 혁신' 대상으로, 전날 외교성과 민관합동 토론회 때는 '혁명적으로' 풀어야 할 대상으로 각각 지칭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규제혁파 없이 새로운 신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발전과 관련된 규제들은 철저하게 없애야 한다. 그냥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파괴적 혁신 수준으로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11일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수준 이상으로 완화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글로벌 수준으로 규제는 풀어야 된다. 중국·일본과 비교해가면서 우선 (규제를) 풀고, 과감하게 거의 혁명적을 한다는 생각으로 풀어야만 된다"며 "이게 사실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규제개혁 장관회의도 직접 주재하면서 경제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에 복격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신산업 관련 분야의 규제 철폐가 혁신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펼쳐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이를 두고 '규제철폐 만능주의'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입법조차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로 인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규제철폐 드라이브는 업계 편만 들어주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제 현안이 굉장히 복잡한 데도 마치 규제철폐만이 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정부가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규제완화, 규제완화' 하는데 경제 활성화에 대해 무엇을 이룩했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