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은 철저한 '한국영화'다. 출연진 중 한 명이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촬영했고, 한국적인 정서로 가득하다.
스릴러와 공포가 뒤섞인 이 영화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어두운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무당, 귀신 등 우리의 독특한 소재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할리우드 직배사와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대목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렇다. 영화의 제작은 '폭스 인터네셔널 프러덕션(코리아)'과 '사이드미러'가 공동 담당했고, 배급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서 도맡았다. 한 마디로 유명 할리우드 직배사인 '이십세기폭스'가 '곡성'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나홍진 감독은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이십세기폭스에서는 어떤 간섭도 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하는 일을 믿어줬다"며 이십세기폭스와 함께한 작업에 만족을 드러냈다.
'곡성'은 현재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대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오는 27일에는 북미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영화 '밀정'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에서 공동 제작과 배급을 맡았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로 의열단 리더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간의 암투와 회유 그리고 교란 작전을 그린다.
배우 송강호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 역을 맡고, 공유가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을 연기한다.
'곡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은 '밀정' 역시 한국적 정서를 지닌 영화라는 것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이해가 쉬운 역사적 배경은 물론이고,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또한 우리 역사를 모르면 공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밀정'에 대해 과감하고도 전폭적인 지원을 결정한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나 직배사에서 한국 감독의 영화에 뛰어든 적이 없지는 않다. 촬영을 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지난 2013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모두 한국 영화라기보다는 북미 개봉을 우선 전제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 가깝다. 그 증거로 '옥자'에는 제이크 질렌할과 틸다 스윈튼이, '스토커'에는 니콜 키드먼과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출연했다.
'거장'으로 불리는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한 것이지 할리우드 제작사나 직배사가 한국 영화 산업에 '진출'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렇다면 왜 할리우드 유명 직배사들은 최근 들어 한국 영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영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과 시너지가 할리우드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영화계는 설명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11일 CBS노컷뉴스에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대표가 한국에 방문해 한 말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이들은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할리우드 감독들과는 다른 한국 감독들만의 예술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재능을 높이 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