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학교급식 납품업을 하는 A(44)씨.
갈수록 경기가 어려워지는 데다 학교 급식 사업을 낙찰받기도 점차 힘들어지자 A 씨는 꼼수를 생각해 냈다.
현행 급식 납품업체 선정 방식이 사실상 무작위 추첨에 가까운 점을 노려 허위 납품 업체를 차린 뒤 동시에 입찰에 참여하는 수법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기로 한 것.
A 씨는 가족 B(40)씨 등 모두 7명의 명의를 빌려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업체와 협동조합을 만든 것처럼 꾸민 뒤 동시에 학교 급식 입찰에 참여했다.
A 씨가 명의를 빌린 7개의 업체는 좁은 사무실에 냉장고 등 집기류만 가져다 놓았을 뿐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는 유령회사였다.
현행법상 한 업체당 한 번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지만 A 씨는 사실상 이보다 8배나 높은 당첨 확률로 학교급식 입찰에 참여한 셈이다.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400여 차례나 입찰에 참여해 모두 68억 원 상당을 낙찰받았다.
A 씨의 행각은 부산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급식업체 수에 비해 등록된 업체가 많은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수사한 결과 이 같은 수법으로 급식업체를 운영한 곳은 부산에서만 12군데였고 이들 업체가 허위로 차리거나 명의만 빌려준 유령회사는 54군데에 달했다.
이들이 허위로 입찰에 참여한 것은 모두 2600여 차례, 낙찰 금액은 529억 원에 달했다.
경찰은 부산지역에서 운영되는 학교급식 업체 가운데 대다수가 이 같은 위장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학교급식 낙찰 방식의 허술함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행 급식업체 선정은 전자조달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업체라면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입찰 방식이 사실상 무작위 추첨에 가깝기 때문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후죽순처럼 허위 업체가 설립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A 씨 등 학교 급식 업체 대표 12명과 B 씨 등 허위 업체 대표 54명을 경매·입찰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