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조선사 차입금 수년간 급증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선 빅3의 은행권 차입금 규모는 약 24조원으로 2010년 이후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 10조원에 이르던 차입금은 지난해 말 24조원을 돌파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이 기간 차입금이 기존 3배가 넘는 약 8조원의 증가폭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가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2조원어치 이상이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내년 중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는 1조원에 육박하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내년 상환해야 할 회사채도 각각 6000억원, 6800억원 규모다.
채권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데다가 신용등급도 좋지 않은 조선 3사가 2조원대 채권을 현금 상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 절벽 심화…조선 업황 불확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빅3’의 수주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조선 빅3'가 수주한 선박은 고작 5척,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아예 수주 실적이 없다.
현재 수주 잔량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수주 절벽이 지속될 경우 내년부터 조선소 도크가 빌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마진의 해양 생산설비 비중이 늘고 신규 수주도 둔화되는 추세라 조선 업황이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회성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로 최악의 고비를 넘겼지만, 올해 들어서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옥죄기 한층 강화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차입금 회수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 자구계획안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 자구계획안은 보통 여신을 상환하지 못한 기업이 은행에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을 신청하면서 제출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 하나은행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자구안에는 현대중공업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3000여 명 규모의 인원 감축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요구받은 삼성중공업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포함된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오는 2019년까지 2300여명을 줄여 전체 인력을 1만명 수준으로 축소하는 경영개선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감축 규모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자구안엔 추가 감축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조선업종의 여신에 대한 재검토 차원에서 자구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조선업 전반에 대한 대출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