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올라서기까지는 정관 개정과 총회가 남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양측이 합의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위원장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이전에 수년 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으며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상당하다.
이를 두고 '극적 합의'나 '갈등 봉합'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이제 막 첫 발을 떼었을 뿐이다. 부산시는 벌써 영화제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반면, 부산영화제 측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이 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지난 9일 CBS노컷뉴스에 "저희의 대명제는 올해 영화제를 치를 것인가, 치르지 않을 것인가에 있었다"면서 "일단 정관 개정을 하되, 조직위원장이 당연직이라는 조항만 수정을 하고, 부산시와 모든 영화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하고 적합한 인물로 합의를 본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산시와 저희 간에 수많은 논의와 토론이 있었다. 한 번에 이뤄진 극적 타결이 아니고, 완전한 타결도 아니다. 이것 하나도 겨우 이렇게 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양강 체제 아래에서 정관 개정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의 당연직 문제부터 자문위원 의결권 문제까지 부산시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영화제와 관계 없는 당연직들을 다 없애자는 입장인데 현재로서는 그렇게 개정이 불가능하다. 이제 김 위원장과 강 위원장 지휘 아래 장기적으로 개정을 해나갈 생각"이라면서 "조직이 바뀌어서 기존에 그렸던 그림이 의미가 없게 됐는데 새롭게 다시 싸워 나가야 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보이콧한 영화인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미 영화제 불참을 결의했기에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라는 명분 없이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영화제는 반쪽 짜리로 남을 확률이 높다.
이 관계자는 "왜 이렇게 급박하게 일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우리 선택에 동의를 하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다. 양측의 마음 모두 이해한다"며 "영화 '다이빙벨' 이후 영화인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영화인들이 요구하는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의 방향으로 정관 개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제에 정통한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차기 조직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다. 그러나 부산시가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탐탁치 않아 했다는 전언이다. 조직 쇄신이 필요한데 김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앉히게 되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수 없는 탓이다.
이 관계자는 10일 CBS노컷뉴스에 "부산시가 계속 다른 인사들을 찔러 봤다. 부산시 관련 인사들은 영화제에서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갑자기 검찰 기소 발표가 있던 지난 3일에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추대를 합의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당사자인 김 위원장은 부산시로부터 어떠한 언질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4일 간의 긴 연휴 동안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진득한 설득을 통해 김 위원장은 조직위원장 추대를 수락했다.
그는 "당연히 삼고초려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누구나 그 자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급박하긴 했지만 큰 대의에서 수락을 한 셈이다. 9일 오전 강수연 위원장과 서병수 시장이 만났고, 이 건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밤새 엄청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영화제의 정관 개정이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부산시 역시 이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하는 단계에 왔다는 이야기다.
그는 "예전에는 영화제 측이 주체적으로 안건을 내면 부산시가 받아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는데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부산시도 요구하는 게 생겨서 양방향이 된 것이다. 결국 끝난 게 아니고, 더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질적인 합의는 없다고 봐도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