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스타트업 컬처 혁신과 구조개혁 병행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1993년 6월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다.

직접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였다.

당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로 대표되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슬로건은 커다란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위기의식을 공유하라'거나 '나부터 바꿔라' 또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라' 등의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와같은 모토에 따라 삼성은 세계 일류의 제조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현재 세계 최고의 점유를 기록중이고 가전분야에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던 소니를 앞지른 것을 보면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은 성공을 거뒀다고 봐도 전혀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28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뉴 삼성 스타트업'을 선언했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10일 쓰러진 뒤 2년째 병상에 누워 있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른 계열사에 앞서 우선 삼성전자부터 선도적으로 혁신을 시작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삼성 선포식에는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이상훈 사장 등 CEO들과 임직원을 포함해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선포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선포식이 이 부회장의 작품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자식과 마누라 빼고는 다 바꾸라'는 게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선언이었다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언은 '스타트업'이 핵심이다.

스타트업은 실리콘 밸리에서 새롭게 창업하는 벤처기업 처럼 몸집이 가볍고 생각의 전환이 빨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삼성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까지 5단계로 돼 있는 임원 이하 계급의 조직구조를 3~4단계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중이고 오는 6월쯤 로드맵이 나올 예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직급구조를 좀 더 단순화 함으로써 보다 수평적인 조직으로 만들고 조직 구성원간 의사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조직구조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는 벤처기업들 처럼 의사결정이 빠르고 몸놀림 역시 빠르도록 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영전문가는 이와관련해 "조직구성원들이 조직구조 개편이나 조직문화 변경을 인력구조 감축으로 이해하면 본래 의도와는 달리 성공적인 정착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2년 동안 화학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해 계열사를 슬림화 하고 전자와 바이오, 금융쪽으로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조직구조를 바꾸고 지나친 수직 계열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직계열화된 생산체계가 '추격자' 시절에는 유용한 전략이었지만 '선도자'로서는 적절치 않다"면서 "삼성전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수직계열화를 해소하고 공룡화된 조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의 동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매각대상으로 지목된 한 계열사 관계자는 "매각 이슈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직원들끼리 갖고 의견을 나누는 저녁자리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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