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을 1주일 앞둔 8일 일선 교사들은 일상화한 교권 침해로 삐걱대는 대한민국 교단의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마다 수시로 발생하는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학생선도위원회를 통해 출석정지나 특별교육 같은 조치가 가능하지만,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법적 대응만이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어서 조치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교와 교사가 법적 대응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지만 긴 재판 과정에서 교사 역시 엄청난 정신적 상처와 충격을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인천의 전체 500개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모두 91건.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경우가 68건으로 가장 많고 노골적으로 수업 진행을 방해한 경우가 9건, 성희롱한 경우가 4건,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3건 등이다.
학부모가 교사를 때리거나 폭언을 퍼부은 경우도 4건이다.
이런 교권 침해에 대한 학교의 조치는 출석정지 44건, 교내봉사 27건, 반성문 작성 10건, 특별교육이수 6건, 전학 4건 등이다.
교권 침해로 인한 신체·정신적 피해를 치료하기 위해 병가를 낸 교사가 9명이고 전보 등을 통해 기존 교단을 떠난 교사도 5명이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 수치가 정식으로 '사건화'해 교육부에 보고된 숫자일 뿐 실제 교권 침해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일선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미지와 신뢰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학교 측은 교권 침해 사안을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면서 "이 때문에 교사의 가시적인 피해가 큰 경우를 빼곤 최대한 교내에서 자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가 심한 상처를 입거나 학교 기물이 파손되지 않는 한 증거 유무 등의 문제로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면서 "학교 운영이나 자녀의 교우관계 등에 불만을 품고 거의 매일 항의 전화를 하거나 학교로 직접 찾아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교사들은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했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폭언 수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외부 통화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학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교육 당국은 교육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교권 침해와 피해 교사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폭행, 협박, 폭언, 성희롱 등에 대한 예방·대응교육을 강화했다.
또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교원 치유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에 교원 치유 지원센터를 열어 피해 교사에 대한 상담, 치유, 사후 관리 등을 맡길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원센터를 통해 교권 침해로 상처받은 교사들의 상담과 치유를 진행하고 체계적인 법률 자문도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