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선일씨 운구' 우울증 장교…"국가유공자 안돼"

법원 "직무 수행과 발병 간 직접적 인과관계 설명 안돼"

고(故) 김선일씨의 시신을 운구하는 등 이라크 파병 업무를 하다 귀국해 우울증을 호소했더라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김정철 판사는 예비역 중령 A씨가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관할 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1983년 3월 소위로 임관한 뒤 지뢰 사고로 선배 장교와 부하 병사들이 참혹하게 숨지는 등 여러 군 사건 사고를 목격했다.

2004년 2월에는월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군 외교관)으로 1년 5개월간 근무했다.

A씨는 특히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피살당한 고(故) 김선일씨의 시신을 운구했다. A씨는 이때 시신이 바뀌지 않도록 여러 차례 시신을 확인하는 등 정서적으로 힘든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귀국 후 군 생활을 계속했지만 2010년 10월 건망증을 이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뇌CT 등을 촬영한 끝에 우울증 의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2012년 10월 중령으로 전역한 뒤 2014년 군 복무 기간 중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었다며 관할 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이라크에서 근무하던 중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했고, 당시 업무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판사는 A씨가 직무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A씨가 파견 기간 중 실제 사고를 당하거나 외력에 의해 머리를 다친 적이 없었다"며 "귀국 후에도 평균평정 A등급을 받았고 4차례 표창과 상장을 받는 등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이라크에서 전쟁과 테러로 위협을 받았다 하더라도 우울증 등에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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