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설치·보수업체인 A사에서 일하던 유모씨는 2003년 4월 경북 김천의 건설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작업 중 5층에서 4층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유씨는 허리뼈와 골반이 부서지는 등 노동능력을 60% 가까이 잃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에는 추락을 방지할 비계나 안전망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근로자들에게 안전대 착용 등 지시를 내릴 책임이 있는 A사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유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요양을 받았지만, 사업주로부터는 아무런 손해배상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사업주는 돌연 자신의 동생을 대표로 한 B사를 새로 설립했다. A사의 장비, 거래처, 직원 등을 모두 B사로 넘겼고, 다음 해에는 A사를 사실상 폐업시켰다.
유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2013년 두 회사 모두를 상대로 각자 1억1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씨 측은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A사를 폐업시킨 후 인적·물적 자원이 같고 이름만 다른 B사를 설립해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두 회사 중 A사의 책임만 70%로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유씨 측은 항소하면서 예비적 청구로 "A사의 영업권이 실질적으로 B사에 양도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도 양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지법 민사합의2부(양태경 부장판사)는 "B사는 A사와 공동으로 유씨에게 8천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사에서 B사로 거래처 승강기 관리 업무·기술인력이 그대로 유지됐고 두 회사 상호 일부가 공통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B사는 A사의 상호를 계속 사용한다고 보이므로 영업양수인으로서 손해배상금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B사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유씨와 합의 후 상고를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