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4대 사회악 중 하나인 불량식품 근절을 목표로 이들을 잇따라 검거하고 있지만, 피해자인 노인들은 "붙잡아 가지 말아달라"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경찰관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나타난 현상으로, 부모와 자식 간 빈번하고 긴밀한 접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식보다 낫다"…떴다방은 할머니들의 놀이터
지난해 6월 경기도 의왕시에서 소일하던 정모(76) 할머니 앞에 웬 젊은 남성들이 찾아와 식용유, 계란, 휴지 등을 나눠주며 "한번 놀러오세요"라며 재롱을 떨었다.
그렇게 이들의 손에 이끌려 간 홍보관, 이른바 '떴다방'은 정 할머니에게 신세계와도 같았다.
해님반, 달님반 등 4개 팀으로 나뉘어 아들보다 어린 팀장의 지시에 따라 게임을 하고, 노래·춤 공연을 보며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자녀들과 떨어져 살며 낮 시간 대부분을 무료하게 보내던 정 할머니는 이후 일주일에 한 두차례씩은 꼭 홍보관을 찾아 놀았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다. 이들은 언젠가부터 놀이가 끝나면 건강식품을 비롯한 각종 물품을 소개하며 비싼 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 할머니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압력밥솥부터 주방용품까지 100만원 어치가 넘는 물건을 샀다.
정 할머니는 "재미가 있으니 안 갈 수가 없었다. 10번을 가면 개근상이라며 더 좋은 선물을 주곤 해서 다른 할머니들과 함게 계속가게 됐다"며 "언젠가부터는 물건을 판매했는데, 잘 안팔리면 실장이라는 사람이 자식과도 같은 팀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털어놨다.
◇1천원짜리 건빵을 30만원에…피해 당하고도 "잡아가지 마세요"
할머니들이 '자식', '친구' 같다고 믿던 떴다방 팀장들은 대부분 효능을 크게 부풀려 허위·과장 광고를 한 사기꾼들이다.
경기도 내 최근 3년간 허위·과장광고 사건 발생 및 검거 건수는 2013년 121건에 326명, 2014년 150건에 586명, 지난해 273건에 642명으로 해마다 증가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노인을 상대로 한 가짜 건강식품 사기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경찰은 전한다.
이 과정에서 황당하기 그지 없는 가짜 건강식품도 등장한다.
일례로 지난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시 송파구 주택가에 건강식품판매장을 마련한 A씨는 노인 192명을 상대로 1천원짜리 건빵을 30만원에, 750원짜리 라면 20개 들이를 4만원에 판매, 3억 8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건빵은 아이 키를 크게 해주고 심장을 강화시킨다. 라면은 튀기지 않은 것으로 여성호르몬에 좋고 면역력에 좋다"고 속여 최대 300배의 폭리를 취했다.
문제는 이들을 검거해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려고, 혹은 할머니들과 놀아주는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을 왜 잡아가느냐며 피의자를 감싸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는 받은 용돈을 허투루 쓴 사실을 자식들에게 들켜 혼이 날까봐 진술을 꺼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의 그늘…"긴밀한 접촉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가짜 건강식품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식에게 갖고 있는 기대는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한국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부모는 자식에게 긴밀하고 빈번한 접촉, 즉 효도를 원하지만, 자식은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고,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현대의 '자식들'이 놓여져 있는 노동환경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기 보다는 피의자들로부터 받은 서비스를 보상한다는 개념으로 물건을 산다"며 "자식들은 누구든 제 부모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긴밀한 접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