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결정하고, 함께 지켜요"…학교가 변한다

['복종'을 강요하는 교단의 민낯] ④

대한민국 교단에 민주주의는 없다. 교사들을 줄세우는 서열문화는 군대와 다를 바 없다. 교장은 최고 권력자로서 전권을 휘두른다. 각종 위원회와 회의로 포장된 협의 테이블은 '상명하복'이 전부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복종을 강요받는 교사들과 그로부터 배우는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민주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초임이 어딜 감히…" 만년 콩쥐신세 신참교사
②"긴급 조치 1호 '연애 금지'", 교장이 곧 '법'
③"줄을 서시오!" vs "이런 걸 왜 해?", 교단의 극과극
④"함께 결정하고, 함께 지켜요"…학교가 변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확실히 우리가 만들어간다는 느낌?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우리가 지켜야죠."

학급회의 시간, 대개의 경우 절반 이상이 엎드려 자는 등 관심이 없다. 하지만 경기도 광명 소재 충현중학교의 학급회의는 다르다.

모두가 동그랗게 둘러앉으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똑같이 '토킹 스틱'이 돌아간다.

3학년 김민규군은 "학생들이 의견을 내면 선생님들이 틀에 맞게 강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들어주고, 안되더라도 타당한 설명을 해주신다"며 "우리 의견이 반영된다고 느끼니까, 회의가 재미있고 관심도 많이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현중학교는 요즘 학생과 교사 모두 뜨겁게 토론 중이다. 학생들의 두발, 화장, 장신구, 교복변형 등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생활협약 및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전교생과 전교사가 참여해 서로의 고민 지점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후 학생과 교사들은 각자의 의견을 모으고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남희 교무부장은 "학교장이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 모두 최대한 고민하는 과정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서 더욱더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규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현중에서 교장은 '결정권자'가 아니다. 결정은 행위자 즉 학생과 교사들이 협의를 거쳐 직접 결정한다.

장성욱 교장은 "교장의 역할은 학내 회의, 협의 테이블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며 "간혹 편의상 절차를 거치지 않으려 할 때 절차를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충현중학교는 지난 2011년 개교와 함께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에 지정됐다.

경기교육청은 매년 학교 민주주의 지수 조사를 통해 학교공동체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학교 민주주의 준거를 마련해 자율과 자치의 새로운 학교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학생, 학부모, 교사 3주체가 함께 결정하는 '학교'

서울 금천고등학교는 2년전부터 학교 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전병화 교장이 새롭게 부임하면서부터다.

그는 모든 학교 의사 결정에 공동의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뒀다.

"어떤 문제에 대해 공동의 사고를 통해서 찾아야 되고, 실천방향도 토론을 통해서 찾아야 합니다. 단 형식적인 토론이 돼서는 안되죠. 그런 과정을 통해 도출된 해결방안은 모두의 동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실천력이 담보될 수 있는 겁니다."

금천고는 교직원 회의, 학생자치 회의, 학부모 대의원회 등 3주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토론을 거치되 실천은 자율에 맡긴다는 것.

요즘 금천고는 여학생들의 색조화장에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학생, 학부모, 교사 3주체가 각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3주체가 신뢰와 상호 존중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무조건 지도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교문이나 식당앞에서 지나친 화장이 피부를 해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캠페인을 한다든가, 올바른 화장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금천고는 1년 두 번은 무조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전체 워크숍을 통해 전체 학교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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