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사무실 거주 직원에 퇴거 요구는 부당해고"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회사 사무실을 숙소로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퇴거를 요구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중앙노동위는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2014년 7월부터 대전의 한 제조업체에 근무하면서 회사 건물 1층 사무실을 숙소로 사용했다.

같은 해 9월 16일 오전 회의에서 A씨는 회사 대표이사인 B씨와 언쟁을 벌였는데, B씨는 그날 밤 갑자기 A씨에게 사무실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B씨는 강제퇴거를 위해 회사 직원 2명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은 A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는 회사에서 쫓겨난 지 보름 만에 대전지방고용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날 회사 직원인 C씨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라왔다. "결근 중이니 10월 2일자로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A씨는 사측이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할 것과 대표이사의 공식 문서를 통해 의사를 밝혀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같은 해 11월 "퇴거 요구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각하됐고, 중앙노동위의 재심신청마저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사측은 "퇴거 요구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퇴거 요구는 A씨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오는 사항으로 보인다"며 "A씨와 B씨는 퇴거 요구가 실질적으로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측은 퇴거 요구를 하면서 보안 문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B씨는 A씨가 근무기간 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가했다"며 "단지 퇴거 요구였다면, 굳이 늦은 밤 직원 2명을 동원해 A씨 물건을 강제로 사무실에서 들어내고 상해를 가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사측은 해고사유와 시기를 기재한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음이 분명해보인다"며 "퇴거 요구는 절차의 위법으로 효력이 없는 해고에 해당하고,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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