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이란방문…제2중동붐 발판·북핵 압박 성과

2박4일 일정 마치고 4일 귀국…'성과 과장, 대북 원론적 수준'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2박4일간의 이란 방문 일정을 마치고 4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수교 54년만의 정상외교를 통해 42조원대 경제성과와 북핵 해법에 대한 이란의 지지를 확보했다. 다만 경제성과가 과대 포장됐다거나, 이란의 북한 관련 입장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진 양국간 경제협력 성과를 66개의 양해각서(MOU), 371억 달러(42조원 상당)의 인프라 사업진출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과 함께 이란을 찾은 경제사절단이 현지 바이어들과 별도로 이룬 성과도 5억3700만 달러(6116억원 상당)에 달한다고 밝혔다.


66건 중 경제분야 MOU는 59건에 달하고, MOU로 통합 집계되기는 했지만 66건 중에는 해운협정·세관상호지원협정 등 법적 구속력을 지닌 양국 합의도 있다. 이는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 사우스파 12단계 확장사업(36억 달러), 베헤쉬트 아바드 댐사업(27억 달러) 등 30개 프로젝트에서의 371억 달러 사업에 우리기업의 진출로를 열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0억 달러 수준인 현재의 양국 교역규모를 3배(이란 경제제재 이전 수준)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역대 최대 경제외교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란 방문은 제2중동붐의 한 축인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경제사절단이 현지에서 개최한 1대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총 31건의 사업에서 5억3700만 달러 규모의 실질적 성과가 창출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 역시 역대 최대성과로 설명됐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이란의 비판을 유도해낸 것이 두드러지는 성과다.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의 군수지원, 반미 노선 및 최고권력자 통치방식 등에 따른 정서상·체제상 유사점으로 인해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응원한다”며 사실상 남한 주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했다. 또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떤 핵개발도 반대한다. 한반도나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원칙”이라며 북핵에도 분명히 반대했다.

이란의 최고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박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이란 양국이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우리 정부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과 전통적 우호 관계인 이란이 이런 입장을 공개표명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 한·이란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텐데, 이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371억 달러 수주 가능성이 언급된 30건의 이란 인프라 프로젝트 가운데 일괄 정부계약 등 법적 구속력을 갖춘 대상사업은 6건에 불과해 성과가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나머지는 MOU나 합의각서(MOA) 등으로 본계약 확정 전까지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들이다.

이에 대해 안종범 수석은 “위험요인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공개된 30건의 프로젝트는 다른 것들보다 실제 사업규모나 구체성 등에서 실현 가능성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란의 대북 입장표명도 원론적인 비핵·평화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이나 최고지도자 누구도 ‘북한’을 특정해 표현한 게 없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아전인수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얘기다. 하메네이의 경우 오히려 “한·이란 관계가 미국이 주도하는 방해에 영향받지 않아야 한다”고 한국의 미국 중시 외교를 경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언 수위가 어떻든 이란이 우리와의 전략적인 경제협력 방향을 택한 이상, 전통적 우호국이던 북한에는 압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이란 관계증진에 따라 교역규모가 훨씬 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관계에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니파 이슬람인 사우디는 시아파인 이란과 중동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데다, 최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갈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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