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인 2014년의 2.4배를 넘는 1조 59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이 1조 원을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비용을 치른 KEB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 1조 원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9970억 원으로 선방했다.
그에 비해 NH농협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초라했다.
농협은행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불과 1673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 부담 전 기준으로 해도 지난해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4년보다 약 30%나 감소한 4076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 폭증한 대손충당금이 결정타였다.
충당금은 기업 등에 빌려준 돈을 해당 기업의 부실화 탓에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은행 자산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미리 쌓아 놓는 돈이다.
은행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충당금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4분기 충당금은 7632억 원으로, 직전 3분기보다 6916억 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1조 4897억 원)였던 신한은행의 4분기 충당금 1090억 원의 7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우리은행 410억 원의 무려 18배를 넘는 규모였다.
이처럼 지난해 농협은행이 충당금 폭탄을 맞은 까닭은 STX 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야 등 조선과 해운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부실 여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1분기 또다시 농협은행에 충당금 폭탄이 떨어졌다.
중견 해운업체인 창명해운이 지난 11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출액(4032억 원)의 약 60%인 2332억 원의 충당금을 새로 쌓은 것이다.
창명해운에는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우리은행(704억 원)과 신한은행(723억 원), 국민은행(585억 원)도 돈을 빌려줬지만, 대출 규모에서 농협은행이 압도적이다.
당연히 농협은행이 받는 충당금 충격파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올 1분기 창명해운 충당금을 반영하고도 각각 5749억 원과 4922억 원, 44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하지만 29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농협은행은 올 1분기에도 과도한 충당금 부담으로 인해 고개를 떨굴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28일 "일반 시중은행들에 비해 공공성이 강한 농협은행의 특수성이 유독 농협은행이 과중한 충당금 충격을 겪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선 등 기간산업 여신 부담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버금가게 짊어졌고, 불황에도 일반 시중은행처럼 신속하게 여신을 회수하지 못한 탓'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