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사회문제극 <민중의 적> 한국서 공연

"침묵하는 다수, 진실을 외치는 소수, 누가 민중의 적인가"

1882년 헨리크 입센이 쓴 사회문제극 <민중의 적>이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손을 거쳐 한국서 공연한다.

LG아트센터는 "다음 달 26일부터 28일까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한 <민중의 적>을 공연한다"고 26일 밝혔다.

“전통을 뒤흔드는 파격의 연출가”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 48)가 연출했다.

그가 연출한 <민중의 적>은 201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 후 런던 바비칸센터, 미국 BAM(브룩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을 비롯해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 세계 유수의 공연장과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화제작이다.


연극 <민중의 적>.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내용은 이러하다.

젊은 아내와 갓난 아이를 둔 스토크만 박사는 온천 도시로서 이제 막 각광받기 시작한 이 마을의 온천수가 근처 공장 폐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을 알고 이를 언론에 폭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의원인 형 피터는 관광도시로서 받게 될 엄청난 경제적 타격과, 수도관을 새롭게 건설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이 사업을 추진했던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동생의 폭로를 저지하려 한다.

오염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당시에 기사화를 약속했던 신문기자들 역시 스토크만 박사의 형의 외압 속에 지지를 철회한다.

사면초가에 몰린 스토크만 박사는 ‘직업, 집, 앞으로의 미래’를 송두리째 잃게 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관객들을 향하여 외친다.

“진실의 최악의 적은 침묵하는 다수다. 이익을 위해 침묵하는 다수, 진실을 외치는 소수, 누가 민중의 적인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1982년 쓰인 이 작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주인공들을 원작보다 훨씬 젊은 30대 베를린의 힙스터로 설정한다.

원작보다 주인공들의 나이를 젊게 설정한 것과 관련하여 오스터마이어는 “베를린에는 매우 지적이고 정치적으로 깨우친(enlightened)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선 매우 유약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젊은이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연극 <민중의 적>.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스토크만 박사의 연설 장면인데, 연출가는 이 장면에서 관객을 직접 토론자로 끌어들여 배우들과 설전을 벌이게 만든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을 투어하며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 열정적인 토론이 펼쳐져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관객들은 배우들이 마치 진짜 정치인들인 것처럼 공격하기도 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화가 난 관객들이 배우와 30분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이 문제를 단지 개인의 용기나 도덕적 청렴함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경제적 현실로까지 그 이슈를 확장시켜 ‘내가 스토크만 박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문하게 된다.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다. 독일어로 공연하며, 한글 자막이 지원된다. 4만 원~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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