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그렇지만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미친 전셋값' 정부는 왜 전월세 상한제 반대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서울시내 뿐만아니라 경기도 외곽지역에서도 전셋값을 억대로 올리는 일이 예사라고 한다.
경기도 광명에서 47평형 아파트 전세를 사는 A씨는 집주인이 전세 1억원을 올려달라고 해서 올해초부터 월 40만원을 더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가좌동에 사는 B씨는 32평형 아파트의 전세를 1억95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올려줬다. C씨는 일산 대화동 32평형 아파트에 전세 2억2000만원에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시세대로 8000만원을 올린 3억원을 받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서울 왕십리 아파트 전세를 놓고 있는 C씨는 주변 아파트 전세가를 2억3000에서 1억원 정도 올리는 추세여서 전셋값을 올리는 대신 월세 25만원을 더 받기로 했고, 서울 상도동의 신축아파트 43평형에 사는 D씨는 6억7000만원에 전세를 살고 있지만 주변시세가 8억원대로 인상돼 올 연말 계약 갱신을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한다.
▶ 이 정도를 올린다면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거냐?
= 그래서 전세난민이 생겨나고 있고 젊은이들은 집을 구하지 못해서 결혼도 포기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수도권에서의 여당 참패원인이 전세난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겠나?
물론 전세값을 올리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초저금리로 전세 1억원올 올려도 은행에 맡기면 세금을 제하고 1%의 이자소득도 올리기 어려운 처지라고 하니 결국 세입자의 가계대출만 증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계부채 1200조시대 1인당 가계부채가 3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도 "방치해서는 안 될 상황"이라고 말하고 부동산이나 주택 전문가들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해결책에서는 입장이 180도로 달라진다.
야당이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서 일정비율 이상으로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여당 그리고 업계에서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이유는 간단하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장기적으로 전세 공급차질이 올거라는 거다.
국토부 이문기 주택정책관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집주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면서 단기적으로 폭등할 우려가 있고, 전세나 월세가 돈이 안 되니까 공급차질이 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20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참석하겠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그렇게 폭등할까?
=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미 전세값이 오를만큼 올랐기 때문에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상한제 시행 이전에 전셋값이나 월세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경실련 윤철한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전월세 상한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이 때문에 전셋값이나 월세가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집가진 사람위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전세의 월세전환이 급속도로 빨라질것"이라면서 "전세가 사라져가고 있는데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건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전세가 아니라 월세에 주택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건 전세계약을 체결하면 1년에 5%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으니까 미리 계약시점에 전세값을 대폭올릴 것이라는 우려다. 그런데 이 우려가 맞는지는 시행해 봐야 한다.
이미 전세값이 집값의 평균 80%에 육박하고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90%에 이른다. 심지어 전세수요가 매우 높은 일부 지역 역세권 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곳도 등장했다.
따라서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건 기우일 수도 있다. 집주인들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전세값이나 월세를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예측도 다주택자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예측은 전세나 월세로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렵게 되니까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이 더이상 집을 사서 전세나 월세를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예측이다.
그렇지만 이미 집값 오름세가 꺾였기 때문에 전세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실 전세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한다. 집을 살 때 전세를 끼고 사면 적은 비용으로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 이득을 보는 구조였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전세값이 집값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조명래 교수는 "임대료가 폭등하고 임대주택이 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무책임한 얘기"라면서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어디에나 있는데 시장왜곡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이 문제도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다르다.
이미 전세가 집값을 따라 잡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에 전세가 집값에 육박할 경우 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난달 부동산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이 80%를 넘어서는 지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군포(84.2%), 의왕(82.4%), 안양(81.3%) 등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섰고, 서울에서는 동대문구(80.3%)와 관악구(80.2%) 등의 전세가율이 80%를 웃돈다. 경기 고양시(79.4%), 인천 부평구(79.4%), 서울 동작구(79.9%), 서울 구로구(79.7%) 등의 전세가율도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는 전세가율 평균치로 실제로는 90%를 넘어선 곳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전세물량들은 매매가가 하락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 있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전세가가 집값보다 높아져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박원간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가 집값보다 높아지면 집값 부실을 전세자가 떠안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부동산 대책은 가만 나두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혹시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하는 다른 이유는 없나?
= 명시적인 두 가지 이유 외에도 두 가지의 이유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전세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호인 국토부장관이 지난 2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가 소멸하는 과정으로 전세난 해결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세가 가장싼 수단이다보니 전세수요는 계속 증가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진단한대로 전세물량이 대거 월세로 전환되면서 세계적으로 유일한 전세제도 자체가 소멸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정부가 누를 경우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주거문제를 산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조명래 교수는 "국토부나 주택정책을 다루는 공무원들이 시장주의자, 공급자 세력들에게 포위돼 있다"면서 "주택정책의 철학이나 정치철학의 문제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해결방안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사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신규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질 것이고 다 주택소유자들도 기존의 집을 팔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집값은 내릴 수밖에 없고 주택산업은 엄청난 침체에 빠질 것이며 이는 곧바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동안 부동산 가격이 평균 1/3에서 최대 1/10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담보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돈이 모자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다량의 부실 채권(상환 불가)이 발생하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은행이 도산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 정부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 모두 대책이 있다면 그냥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전월세 상한제'로 대표되는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도 26일 '주거비경감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명래 교수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시행하고,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해야 하며, 임대료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해야 하며,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제를 도입하고 임대권 분쟁조정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추세가 전세에서 월세로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은행금리를 기준으로 적절한 월세를 받도록 유인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인호 박사는 "82%가 미등록 임대업자이므로 신고를 의무화 하도록 하고 기대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는 이미 도입돼 있으니 이를 회피하는 방법을 없애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셋값이 집값의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가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월세 주거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당선인은 "전세에서 월세로이 전환은 대세이므로 월세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게 전세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돈 빌려서 집사라고 조장해 놓고는 지금은 집 사라고 한 적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집값은 고도성장기에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기조가 자리잡은 상태에서는 집값이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매매중심, 산업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