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강 양화대교 철탑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세아제강 해고노동자 60대 남성이 8시간 20분 만에 스스로 내려왔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마포구 양화대교 아치형 철탑 위에서 농성을 시작한 김정근(60) 씨는 오후 3시 20분 아슬아슬하게 내려왔다.
민주노총 총무국장이기도 한 김씨는 철탑 위에 "세아제강 해고자를 복직하라"고 쓰여있는 현수막을 펼쳐놓고 시위를 벌였다.
농성을 마친 김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5월 13일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화를 하겠다는 회사 측의 약속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면서도 "완전복직을 명시한 합의문에 세아제강 대표가 서명해야만 싸움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그저 '대화'를 하겠다고 했을 뿐 김씨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세아제강의 전신인 부산파이프 서울공장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31년 전인 지난 1985년 4월 25일 파업 준비를 위해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러면서 당시 기업들이 작성하던 이른바 '블랙리스트(감시 명단)'에 포함돼 재취업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2009년 6월 국무총리 소속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복직 권고를 받았으나 최근까지 불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는 마포구 합정동 세아제강 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갔으나, 회사 측이 제기한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세아제강 측이 대화에 적극 응하겠다고 밝히자 3시간 30분 만에 스스로 내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세 차례 협상은 양쪽의 입장 차가 너무 커 결렬됐다.
김씨는 해고시점부터 민주노총 상근을 시작한 시점까지 13년치 임금과 퇴직금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달 약속한 건 김씨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는 게 아니고 혹시 모를 사고와 시민 불편을 우려해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무리한 요구라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스스로 내려온 김씨를 붙잡아, 옥외 광고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