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일해도 밥벌이에 위안
-생활고 탓에 마약거래 휘말려
-복지지원 받으려 가족관계 부정
<김영자 사무국장>
-탈북인 3만명, 30%가 기초생활수급
-교원은 일용직, 의사는 도장업 처지
-맞춤형 지원과 사회인식 바뀌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탈북 여성, 김영자(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
최근 보수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집회에 탈북자들을 고용했다는 내용이 보도가 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입니다. 저희도 '훅뉴스'에서 이 커넥션에 대해 전해 드린 바가 있는데요. 그 후에 전국경제인연합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까지 밝힌 상황이죠.
저희는 여기서 지금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과연 탈북자들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탈북자 한 명을 직접 연결해 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탈북여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탈북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탈북여성> 1998년도에 탈북했으니까 한 18년 되죠.
◇ 김현정> 최근에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61%가 '스스로 나는 하층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합니다. 공감하셨습니까?
◆ 탈북여성> 그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게요. 한국 일반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워낙에 높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 땅에 빈몸으로 왔고 또 급여수준이라는 게 한국 사람들의 평균보다 훨씬 이하로 받고 그렇게 살잖아요. 평균임금이 140만원 이하에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는데요?
◆ 탈북여성> 일반적으로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직장이나 마트나 아니면 또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경우에 요양보호사 이런 걸 하다 보니까, 단순직이잖아요. 그러니까 급여가 높지 않고 남성분들 같은 경우에도 학원이나 이런 걸 졸업하고 취직하면 급여가 좀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그게 힘든 분들은 그냥 일용직으로 일하다 보니까 급여가 높지 못하고 안정적이지 못하죠. 그렇게라도 일할 자리가 있고 일하면 돈을 준다는 것 자체로 그냥 위안을 삼고 일하는 거죠.
◇ 김현정> 그래요. 얼마 전에는 어버이연합이란 단체에서 탈북자들한테 일당을 주고 집회에 동원했다, 이런 보도도 나와서요. 이 소식 듣고는 어떤 심경이셨어요?
◆ 탈북여성> 그런 데에 만일 나갔다고 하면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이든가 나이드신 분들을 위주로 그랬을 것 같고요. 어쨌든 그것도 알바라고 생각하고 나가지 않았을까, 어려운 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게 있다고 하면 그게 어떤 일인지 굳이 따져보지 않고 그냥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탈북여성> 그렇죠.
◇ 김현정> 이런 분들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시는 거군요, 지금 상황이라는 게?
◆ 탈북여성> 그렇죠.
◇ 김현정> 아예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분들도 계세요, 더러?
◆ 탈북여성> 저도 들은 얘기인데 어떤 분은 얘기를 듣는데 이 사람이 지금 교도소에 가 있는데 면회를 가야 된다고 그래요. 그 사람이 죄 없이 교도소에 갔다고 그러는 거예요. 죄 없는 사람이 왜 교도소에 가 있겠냐 하니까, 어떤 사람이 돈을 꿔달라고 했는데 이 사람이 모르고 그냥 돈을 꿔줬대요.
그래서 돈을 꿔줬는데 그 돈을 가지고 마약이라든가 이런 걸 아마 운반을 하다가 적발이 됐겠죠. 그렇게 들어갔다 해서 제가 그게 죄 없을 것 같으면 거기에 구속이 됐겠냐. 그렇게 안 좋은 곳에 쓰인다는 거 알면서 돈을 꿔줬든가, 뭔가 일이 있을 거라고 얘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 김현정> 그래요. 앞으로 이런 문제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 탈북여성> 탈북자들이 이 땅에 와서 정착, 보호 결정을 받을 수 있는 특례가 있어요. 그런데 그 특례기간이 5년이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어떤 배려를 받는 특혜기간이 5년?
◆ 탈북여성> 예. 만약에 자식들이랑 동반 입국일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게 한국분들하고 똑같이 적용돼요. 5년 지나면 자식들 중에 소득이 200만 원 이상이 된다든가 이렇게 된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서 부모가 수급자가 못 돼요. 그래서 가끔 어떤 경우에는 정말 부모 자식 사이가 서로 아니라고 그러는 경우도 있어요.
◇ 김현정> 부정을 해 버리는?
◆ 탈북여성> 예. 탈북자 엄마들 중에서는 자식이 없는 게 차라리 낫다, 나이드신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돈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 될 그럴 상황이거든요.
◇ 김현정>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다 보니까 이런 일들도 생기는 거군요?
◆ 탈북여성> 그러니까 안 좋은 데도 따져보기 전에 1만 원을 준다, 2만 원을 준다 하면 그냥 동참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그분들한테 어떤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일자리라든가, 뭐 봉투를 붙인다든가 인형의 눈알을 붙인다든가 이렇게 손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일감이라도 좀 많이 줬으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굳이 그런 데를 나가겠습니까?
◇ 김현정> 예. 오늘 생생한 증언 어렵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에 내려온 지 18년이 된 탈북자세요. 한 분을 연결해 봤습니다. 이어서 탈북인들의 인권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 연결해 보죠.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 김영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어느 정도나 되는 걸로 추산됩니까?
◆ 김영자> 약 3만 명 정도 되죠. 여성이 2만 명이 조금 넘고요. 남자가 한 1만 명이 조금 안 됩니다. 그래서 한 여성의 비율이 70% 정도 되는 거죠.
◇ 김현정>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네요, 남성보다?
◆ 김영자> 네, 맞아요. 북에서는 지금 식량난 이후로 여자들이 집안의 생계를 다 꾸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디서 돈을 벌러 간다든가 어디에 돈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거기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많이 소문들 나 있죠. 그런데 가서 장사를 하려고 보니까 장사를 할 수 있는 게 용이하지도 않고, 인신매매를 당한다든가 이런 쪽으로 되는 거죠.
◆ 김영자> 물론 개인차이가 있어요. 어떤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들은 여기 와서도 잘 삽니다. 자기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 이외의 분들은 사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이거든요. 2014년 9월말 기준으로 보면 북한이탈 주민들의 생계급여 수준이라고 하죠, 수급률이 30%를 넘고 있어요. 30%가 넘는 분들이 생계급여를 받고 있고요.
◇ 김현정>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기초생활수급자가 전체의 30%로 보면 되는 건가요?
◆ 김영자> 그렇죠. 제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북에서 교원을 했습니다. 교원이라고 하면 대학교에서 가르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거예요. 북에서 배운 교원 능력 가지고는 여기 와서 어디라도 그 대학에 가서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일용직 근로자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에 의사 한 분이 또 오셨어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다시 또 의사생활을 한다는 게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잖아요.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분은 도장 파는 일을 하고 계세요.
◇ 김현정>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거네요.
◆ 김영자>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아까 교원은 막노동을 한다든가 이런 걸 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대부분이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아예 성매매라든지 어떤 범죄의 유혹으로까지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 김영자>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인데요. 몇 년 전이었어요. 몇 년 전에 저희 회원 한 분이 어떤 여성 한 분을 데리고 와서 ‘사실은 이 여성의 아들이 중국에 나와 있는데 한국에 데리고 올 돈이 없다. 그래서 이 여성이 어디어디 지방에 있는 티켓다방에 가서 일을 한 달이나 두 달 하면 애를 데려올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그분한테 상담을 했나 봐요. 그래서 그런 데는 이러이러한 곳이고 별로 좋지 않은 곳이니 제가 그때 모금을 해서 한 250만원인가를 그분한테 드렸어요. 그래서 다행히 그런 쪽으로 빠지지는 않았고 그 아들을 데리고 왔고 그런 걸 제가 봤습니다.
◇ 김현정> 티켓다방 지금 얘기하셨어요. 성매매에 관련된 쪽으로 잘못 빠지는 경우였는데요. 또 어떤 경우가 있습니까?
◆ 김영자> 다단계는 한때 열풍이 불었었어요.
◇ 김현정> 탈북인들 사이에서?
◆ 김영자> 네. 자기가 주머니에서 돈을 내지 않아도 결국은 사람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한거죠. 일단 교육을 받으면 그렇게 되잖아요. 어느 집에 가보면 모두 다 똑같은 표의 정수기라고 할까? 그런 게 다 있는 집을 봤어요. 그래서 아주 폭삭 다 돈을 날린 사람도 봤고, 주위에서.
◇ 김현정> 돈은 빨리 벌어야 하는데 세상물정은 잘 모르는 상태잖아요, 이분들이. 실정을 잘 모르는 상태.
◆ 김영자> 들어 보면 뭔가 혹 하는 거예요.
◇ 김현정> 북한 이탈 주민들, 이른바 우리가 탈북자라고 하는 분들. 3만 명 가까이 됐고 이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은데요.
◆ 김영자> 당연하죠.
◇ 김현정> 이대로는 안 됩니다. 이분들이 남한사회에 제대로 정착해서 어우러져서 살아갈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할 텐데 어떤 게 시급할까요?
◆ 김영자> 사실은 그분들이 한국에 와서 잘살 수 있게 하려면 그분들에 맞는 눈높이 교육을 해야 하고요. 또 하나는 우리 남한 주민들에 대한 인식 교육을 해야 됩니다. ‘우리 사회에 왔으니까 우리 사회식대로 살아라. 우리 쪽을 배워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서로 배워야 하는 거거든요.
남북관계가 갑자기 악화되잖아요? 그러면 직장에 다니고 있는 탈북 동포한테 ‘너희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어’ 하는 식으로 쳐다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은 어느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데 그 따가운 시선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그 사람은 다니지 못하는 거예요. 그들을 안아주고 함께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그런 인식교육이 굉장히 필요한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참 중요한 부분들 오늘 많이 지적해 주셨고 우리가 평상시에 놓치고 있던 부분들인데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영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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