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기숙사 '지진 균열 사태'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올해 3월 완공된 부산 동의대 행복기숙사. (사진=동의대 제공)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는 '행복기숙사'에서 우리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부산 동의대학교 신축 기숙사인 '행복기숙사'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 달여 사이 벌어진 두 차례 입주연기와 지진 대피 소동, 건물 균열 사태 등으로 지쳐있었다.

한 번에 학생 16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의대 기숙사는 전국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완공 전부터 탈이 많았다.

기숙사는 공사 중 예상치 못한 연약지반을 발견해 공사기한에 쫓기며 보강작업을 하느라 준공 시기를 두 차례나 연기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예정 준공일 이틀 전에 완공이 연기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학생들은 갑작스레 거처를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진정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했다면 조금 더 일찍 알렸어야 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신입생 A(19) 군은 "학교 측이 처음부터 기숙사 입주 시기를 3월 말이라고 공지했다면 학기 초부터 불편을 겪진 않았을 것"이라며 "입주를 하루 이틀 앞두고 갑자기 연기한다고 통보했는데 정말 무책임했다. 학생에 대한 배려를 애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학생들은 이 같은 연기 과정을 두 번이나 겪은 뒤 3월 말에 어렵사리 기숙사에 입주하게 됐지만, 채 한 달도 안 돼 이제는 지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난 16일 새벽,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기숙사가 통째로 흔들리고 곳곳에서 금이 가는 소리에 학생 수백여 명이 1층 비상구로 몰려 내려가는 소동이 빚어졌다.

그 순간 비상 탈출구는 잠겨 있었고, 기숙사 관리자들은 학생들을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방안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대처로 일관했다.

학생들은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SNS 등을 통해 이번 균열 사태를 비롯해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며 더욱 객관적인 구조 안전진단평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자체 회의를 거쳐 공사에 참가한 업체와 설계 관계자 등을 불러 건물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학 내부 보고가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국민안전처나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 전혀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이 같은 문제가 학생들의 제보로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학교는 뒤늦게 객관적인 외부 전문기관을 섭외해 구조 안전진단평가와 비상대피 훈련을 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학교 관계자는 "행복기숙사는 올해 초 준공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구조안전 진단에서는 종합 A등급을 받았다"며 "기숙사는 리히터 규모 6 이상 지진에도 안전한 내진설계를 한 건축물"이라고 밝혔다.

또 "지진 이후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아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준공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안전진단 외에 별도로 안전진단을 벌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한 기숙사생(19)은 "학교 측이 집을 떠나 학교를 의지하며 학기를 맞이한 원거리 지역 사생들의 불안감을 해결하기보다는 이 사태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급하게 마무리하려 했다"며 "뒤늦게 대책은 내놓았지만,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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