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신학생의 호소, “제발, 사역 하게 해주세요”

“제발, 단 1년이라도 사역하게 해주세요. 사례비는 적게 받겠습니다. 어떤 조건이라도 최선을 다해 섬기겠습니다. 꼭 사역해보고 싶습니다.”

모 신학대학원(신대원) 2학년에 재학 중인 30살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이다. 청운의 꿈을 키우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김씨는 안면견갑상완형 근이영양증이란 희귀병이 발병했다. 일반적으로 근육병이라 불리는 이 병은 온 몸의 근육이 조금씩 약화되고 줄어드는 진행성 병이다.

현재 김씨는 걷거나 필기를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손과 다리의 근력 약화로 성경책 하나도 장시간 들을 수 없고 30분 이상 서 있을 수 없다. 이동을 할 때도 도우미가 김 씨의 짐을 들어주어야 하고, 의자가 딱딱할 경우 두꺼운 의료 방석을 여러 개 깔고 앉아야 한다.

“제발, 단 1년이라도 사역하게 해주세요. 사례비는 적게 받겠습니다. 어떤 조건이라도 최선을 다해 섬기겠습니다. 꼭 사역해보고 싶습니다.” 한 장애인 신학생이 호소한다.
목회자가 되고 싶은 김씨는 모 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4년 신학대학원까지 진학했다. 그의 꿈은 지친 이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성도들을 섬기는 목회자가 되는 것.

하지만 그를 대하는 교회의 현실이 혹독했다. 아니, 장애인 사역자를 대하는 교회의 현실이라고 해야 맞겠다.


김씨는 신대원 입학이 결정된 후부터 1학년을 마칠 때 까지 1년 넘게 교육전도사 청빙에 지원했다. 그가 지원했던 교회들은 총 70여 곳 이상. 크고 작은 교회, 일반 사역과 장애인 사역 부서 모두에 지원했다. 하지만 면접을 봤던 곳은 단 2곳. 그곳마저 청빙은 되지 않았고 나머지 대부분의 교회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나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이력서만 넣으면 바로 합격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습니다. 예상외로 면접의 기회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김씨는 학교 수업료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학교를 1년 휴학하기도 했다. 휴학 시절, 그는 장애인 고용촉진법의 도움으로 장애인 공단이 알선해 준 회사에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신대원 자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교회를 향해 품었던 기대와 사랑은 조금씩 잃어갔고 배신감은 커져만 갔다.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교회이기에 사랑과 긍휼에 호소하면 될 것이라는 기대... 그것이 가져서는 안 될 희망이었다는 것을... 진심이 담긴 격려의 편지글만 받았더라도... 그러나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읽었는지 조차 의심되는 ‘침묵’ 뿐이었습니다.”

김씨는 다시 신대원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여느 학우들이 하는 것처럼 교육전도사 사역을 하고 있진 않다. 한 개척교회에서 교통비 정도의 사례비를 받으며 문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김씨는 담담했다. 통달한 듯 보였다. 70통의 이력서, 70번의 거절. 어쩌면 교회는 세상보다 더 냉담할지 모르겠다. 약자들을 위한 배려보단, 강자를 위한 배려가 더 두드러지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김씨는 이제 교회의 거절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했다. 교육전도사로서 활동성 있는 사역자를 찾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김씨는 “그렇지만 교사들이 뒷받침해주고 성도들이 이해해 준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정도의 고민의 흔적, 노력의 흔적조차 잘 느끼지 못 했던 것 같아 아쉬움은 남는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세상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란 사회법으로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게 되어 있어, 오히려 교회보다 세상 속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며 교회도 총회차원에서 이를 고민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씨는 오늘도 사역지를 찾고 있다. 교육전도사가 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예수의 사랑으로 학생들을 양육하길 간절히 바란다.

다음은 김씨가 자기소개서에 쓴 글 일부이다.

“분명, 저는 건강하면서 열정도 가지신 전도사님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기능적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전도사라고 해서 교육부서의 일만 하는 게 아니고, 때로는 교회의 여러 가지 힘쓰는 일들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제가 감당할 수 없다보니, 많은 교회들에서 저를 사역자로 세워주지 못하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교회에서 저를 사역자로 세워주신다면 정말 최선을 다하여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청빙받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사역하는 기간 내내 성실하게 감당하겠습니다.

공지된 예정된 사례비를 저의 사역의 기능적 한계들로 인해 다 받기가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사례비를 받겠습니다. 그럼에도 사역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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