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안을 느낀 학생들은 기숙사 건물에 대해 객관적인 정밀안전진단평가를 실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건물 통째가 흔들렸던 동의대 기숙사생들은 바깥으로 대피하려 했지만, 비상탈출구가 잠겨있었다.
올해 초 완공된 기숙사의 비상 탈출문은 화재시에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당시 수백여 명의 학생이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1층 비상구 곳곳으로 흩어져 내려갔지만, 이들을 제대로 인솔할 능력을 갖춘 지도교수나 전문가는 없었다.
그런데다 부산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동의대 '행복기숙사'에는 비상 대피 매뉴얼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대학원생 지도교사들은 균열이 벌어지고 있는 건물에서 빠져나가려는 학부생을 되레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호통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 대학생이 대부분인 기숙사생들은 어쩔 수 없이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건물로 다시 들어갔지만, 날이 밝자 '제2의 세월호가 될까 봐 무서웠다'며 SNS 등 온라인 상에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학 측은 이번 소동을 겪고 나서야 이번주 안으로 긴급상황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다음달 안으로 비상대피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뒤늦은 계획을 내놨다.
또 완공 된 지 한 달 여밖에 되지 않은 건물에 다시 돈을 들여 화재 이외 긴급 상황에도 비상문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수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관계자는 "비상 탈출문은 외부인 출입 등의 이유로 평소에는 닫혀 있다"며 " 화재 이외 비상시에도 작동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균열이 일어난 신축기숙사 건물에 외부 전문기관의 정밀안전진단평가를 실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숙사생 A(19) 군은 "기숙사 완공자체가 늦어졌는데, 이유가 건물이 들어선 자리에 연약지반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른 나라 지진에도 흔들리는 건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지, 객관적인 안전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동의대 행복기숙사는 공사 중 예상치 못한 암반과 연약지반이 발견돼 설계를 변경하는 바람에 공사기한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동의대 관계자는 "지진 여파 이후 피해상황 파악 등 처리할 일이 많아 안전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맞다"며 "진단평가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자칫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이번 소동을 겪고 나서도 대학측에서는 아무것도 결정이 된게 없다고 방관하는 한편, 피해자인 학생들이 직접 대응책을 고민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