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오히려 문화활동 줄어

서울문화재단 '2015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발표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가 문화 융성이지만 문화 활동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이 15일 발표한 '2015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년도에 비해 문화예술관람 경험률이 68.7%에서 65.2%로 3.5% 하락했다.

관람 횟수는 전년도 35.5회에서 31.3회로(▽11.8%), 문화관람 연간 총 지출비용 또한 559,632원에서 477,358원으로(▽14.7%) 감소했다.

이 밖에 희망여가활동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응답한 비율도 85.9%에서 82.3%로(▽3.6%), 문화예술의 중요도(비중)도 70.0점에서 62.4점(▽7.6점)으로 줄어드는 등 문화활동이 전반적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자료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자료사진/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특히 2014년과 2015년 조사에 모두 참여한 450명에 대한 시계열 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으로 나타나 비교적 문화에 적극적인 시민의 문화생활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화, 대중예술 등 문화산업보다 연극, 무용, 음악, 전시 등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람횟수와 문화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순수문화예술의 위축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같은 현상에 관해 서울문화재단 김해보 정책연구팀장은 “상반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인해 문화소비가 크게 위축된 요인도 있겠지만, 체감경기 불황으로 인해 비용부담과 여가트렌드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체감경기 저조로 문화활동 지출 먼저 줄여

체감 경기가 저조하니 가장 먼저 문화활동에 대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문화관람 연간 총 지출비용은 55만 9,632원에서 47만 7,358원(▽14.7%)으로 감소했고, 문화관람의 가장 큰 장애요소로 ‘비용부담’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2.0%(1~2순위 종합 응답 비율)로 전년도에 이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시간부족(44.5%/1-2순위 종합 응답 비율)’과 비교 시에도 크게 앞선다.

이러한 응답결과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향수 실태조사’나 서울연구원의 ‘서울서베이’에서도 수년간 동일한 장애요소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번 응답자들의 가구소득은 전년도에 비해 증가(△11%)했으며, 비교적 조사응답자들의 소득수준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비용부담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고 서울문화재단 측은 밝혔다.

다만 저성장 경제상황 속에서 체감소득은 감소하고, 체감물가상승률은 실제 물가상승률 0.7%보다 훨씬 높은 3%에 육박하는 등 시민들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아 의무지출비용이 아닌 문화관람비용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보인다.


◇ 여행, 휴식 등 여가트렌드 변화…문화예술의 또 다른 위기?

(노컷뉴스/자료사진)
관람 등의 비용은 줄어든 반면 여행 활동은 증가했다.

주 여가활동에 대한 응답에서 ‘문화예술관람(65.2% /1~3순위 종합 기준)’이 가장 높았으며, ‘TV시청’(60.3%)과 ‘여행’(51.8%)이 뒤를 이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문화예술관람(▽3.6%)과, TV시청(▽1.0%)이 감소한 반면 여행(△4.5%)은 증가했으며, 여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여행 외에도 ‘휴식(29.7%, △1.1%)’과 ‘운동(12.5%, △1.0%)’은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는데 이는 번아웃(Burnout)증후군 확산 등 피로사회 속에서 휴식에 대한 갈증이 늘어난 점, 웰빙(Well-being)문화 속 건강 중시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한정된 여가시간을 여행이나 휴식, 운동과 같은 활동으로 보내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예술활동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 4050 문화생활 가장 크게 줄여…20대는 여행 집중

연령대로는 특히 40대 싱글녀와 50대 베이비부머의 문화활동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의 문화활동 증감률은 문화관람경험(40대 ▽15.4%, 50대 ▽9.8%), 연간 관람횟수(40대 ▽15.4%, 50대 ▽24.9%), 연간 문화비용(40대 ▽23.0%, 50대 ▽25.5%)에서 모두 전년대비 평균 감소율(▽3.6% / ▽11.8% / ▽14.7%)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0대는 전년에 비해 문화활동에 있어서는 소폭 위축되긴 했으나 여전히 문화에 대한 관심도와 관람횟수, 지불금액 등이 가장 높은 세대로 꼽혔다.

20대는 ‘비용부족(78.5%/72.0%)’이 장애라고 대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이었으며, ‘향후 문화지출비용 증감 의향’에서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출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11.7%(전체평균 7.4%)로 가장 높았다.

반면 여가활동 중 여행을 응답한 비율은 45.2%, 희망여가 중 여행 응답 비율 51.4%로 전년에 비해 각각 7.6%, 6.1% 급증해 8개 특성 그룹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여 문화활동 보다는 여행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서울문화재단은 "이들 20대 청년들은 최근 청년실업률 증가와 청년 소득 감소 등의 영향으로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여행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문화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여 청년들을 위한 문화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지역·연령대별 맞춤형 문화정책 개발 필요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15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는 지난해 서울시민의 문화활동 동향을 파악해 문화정책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시민이 문화예술을 어떻게 향유하는지와 지역에 따라 어떤 특성이 있는가를 알아본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문화재단 회원 1,498명과 금천, 구로, 강남, 노원, 마포, 성북, 영등포구 등 7개 자치구 구민 5,19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서울문화재단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시행한 이번 조사를 통해 문화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특성그룹이나 지역에 대한 진단과 적절한 대책 처방이 가능한 분석모델 도입을 시도할 예정이다.

특히 7개 자치구 문화서비스 접점 구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이번 조사를 통해 문화적 욕구, 실질적 문화활동 참여, 문화환경에 대한 만족도(Desire-Practice-Satisfaction) 등 3개 항목에서 서울시민의 평균 값(서울서베이)과의 편차를 비교하고 지역문화자원 현황, 잠재적 문화욕구(유입/이탈)분석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한 입체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역별 특성 진단에 근거한 문화정책 수립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는 "서울을 단일 도시가 아니라 다양성과 지역성에 기초한 유기적 관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적극적인 문화소비자를 비롯해 지역자치구민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문화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처럼 시민의 문화활동 실태를 분석하는 다양한 시도를 반영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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