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차량의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를 활용해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OBD는 자동차 주행 중 자동으로 운행 기록이 저장되는 장치다. 센서를 통해 속도나 방향 지시등 작동 여부, 브레이크 상태 등 차량 정보뿐 아니라 기온이나 기압 등 외부 기상정보도 수집한다.
일부 보험회사는 이 장치를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분석해 보험료 산정에 활용해왔다. 기상정보는 통상 '버리는 정보'였다.
그러나 최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 '버리는 정보'를 통해 기상정보를 수집하고 예보모델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차량의 OBD가 기상 예보 분야의 신기술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지난해까지 2년간 택시 2대에 OBD를 부착해 기상정보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올해 6월 말 완성을 목표로 외부 업체에 의뢰, 자동차 OBD 장치와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수집된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상청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상청은 기술이 완성되면 서울시, 택시 회사 등과 협의를 거쳐 올 하반기 차량 30대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서울 전역에서 1천대까지 시범운영 차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택시 외에 운행이 잦은 일반 차량이나 순찰차 등에도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시내 곳곳을 다니는 택시에서 실시간 날씨 정보를 받으면 기상 정보가 더욱 세밀해질 것으로 기상청은 기대한다. 현재 기상청 공식 관측소는 평균 13㎞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동네별 정밀한 관측이 어렵다.
기상청은 또 이 기술을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시 등과 도로 위험 관리나 시설물 관리 등에도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택시에서 나오는 기상정보를 수치예보모델에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 안전 정책에 도입할 수도 있다"며 "노면이 얼었는지, 너무 뜨거워 타이어가 퍼지지는 않을지 등의 정보도 제공해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또 "관련 기술을 선점하면 수요자 특성이나 사용 목적에 부합한 맞춤형 기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상 분야의 활로를 모색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 상용화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공성과 수익성 간의 적정 지점을 찾는 것이나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