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세금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신간 <세금혁명>, 토마 피게티의 세제 개혁 방안

현재의 세금 제도는 복잡함에 마비되었다. 납세자는 세금이 스스로에게 어떻게 부과되는지 알지 못하고, 과세가 공정하다는 믿음을 저버린 지 오래다. 현 제도에서 저임금근로자는 굉장히 높은 비율의 과세를 적용받는 납세자이며, 고소득층보다 중산층이 훨씬 높은 세율을 감당하고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누구나가 생각하지만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문제 삼지조차 못한다.

<세금혁명>은 이러한 현대의 세금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 제언을 하는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그의 공동 연구자 이매뉴얼 사에즈, 카미유 랑데가 내놓은 이 세금 개혁 가이드는 현 제도의 여러 문제를 명징하게 가시화하고 실천을 촉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그리고 초부유층의 억만장자들은 대략 소득의 몇 퍼센트 정도를 각각 세금으로 내고 있을까? 나라마다 세금제도는 그 원칙과 운영상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진국에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율에 큰 격차가 존재하며, 자본소득에 상대적으로 적게 적용되는 세율과 거대자산에 주로 적용되는 다양한 면세 혜택으로 인해 부자들이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소득 대비 낮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금혁명>은 프랑스의 현행 세제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분석, 수정 제안, 해결책을 적고 있다. 저자들은 수정했을 때의 세율 변동과 수령 가능한 세액을 측정하는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로써 어떠한 조정을 통해 현 세금 체계의 부당함을 얼마큼 바꿀 수 있으며, 그렇게 했을 때의 세액 총액은 어떠한지까지 수치로 나타냈다.

현행 세금제도는 실질적인 공정성을 상실했다. 공정성을 논할 때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형평성’이다. 즉 ‘동일 소득에 동일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인데, 수평적 형평성에 대한 이 최소한의 원칙은 세금 징수의 필수적 기반이다. 그러나 현 체제에서 형평성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간의 형평성이 문제인데, 오늘날 아낌없는 면세 혜택을 입고 있는 자본소득에 노동소득과 동일 선상의 과세가 요청된다. 원천징수와 조세 감면책 제거를 통해 ‘동일 소득에 동일 세금’이라는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


둘째로는 누진세율이다. 현재 고소득층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비해 더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는다. 세율표에 나타나는 누진성은 세율을 실효세율이 아닌 한계세율로 표시된 눈속임에 불과하다. 필수과세 전체를 고려해 계산했을 때 프랑스 고소득층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소득의 30~35퍼센트에 불과한 데 비해 중산층의 실효세율은 약 45~50퍼센트다. 중산층이 훨씬 높은 세율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제시된 개혁안에서 누진세율을 재확립해 ‘더 많이 버는 이가 더 높은 세율을 감당한다’는 원칙을 실현하고자 한다.

더불어 저자들은 현 체제에서 여러 ‘눈속임’을 낳는 세율표에 대한 개혁도 제안한다. 현재의 세율표는 여러 공제가 적용되기 이전의, 소득 구간별로 최대 적용될 수 있는 세율을 나타낸 ‘한계세율’로 표시된다. 국가가 세금을 어떻게 걷는지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납세자들에게 겁을 주려고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세율표는 실제 누가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를 표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들은 “누구도 이 세율표와 그 한계세율 세금 구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교묘한 눈속임을 동반하는 의도된 복잡성이라 할 수 있다. 세율표를 한계세율이 아닌 실효세율로 표시하는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감으로써 이를 개선할 수 있다.

www.revolution-fiscale.fr, 이 사이트가 없었다면 이 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독자들을 이 사이트로 초대하고, 제시한 개혁안에 관한 논의에 함께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대규모의 세제 개혁이 가져오는 경제적· 사회적· 예산적 영향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게 해주는 모의실험 장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수십억 유로의 예산에 관련된 그 어떤 세율표 수정이라 해도 단 4초 만에 모의실험할 수 있다. 모의실험의 기반은 프랑스 인구를 대표하는 가상 개인 약 80만 명에 대한 세금 계산이다. 이전까지 이런 유형의 모의실험 장치는 재무부 또는 미국 의회 예산국 같은 특정 국가 의회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국가의 의원들이 이런 종류의 도구를 갖추지 못해 새로운 세제 개정안이나 예산 수정안이 제안될 때마다 재무부에 일일이 계산 수치를 문의해야 했고, 이는 입법부의 기능을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저자들은 하나의 혁신이라 할 만한 이 사이트를 통해 모든 시민, 특히 의원들 손에 하나의 도구를 쥐여주고자 했다.

이 사이트는 그러므로,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다. 저자들은 정확한 개혁을 이루고자 했으며 모든 제안과 관련한 데이터와 계산 방식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이것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저자들은 모든 성향의 독자, 시민, 정치활동가, 책임자들에게 대안적 개혁을 구상할 수단으로서 이 사이트를 제공한다.

대규모 세제 개혁의 결과를 모의실험하는 이 도구의 핵심적 목표는 시민들이 세금 문제에 적응하도록 하여 대규모 공공토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시민들은 현행 및 제안된 개혁 관련 주요 수치들을 수정해볼 수 있으며, 그 영향을 스스로 연구할 수도 있다.

세금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문제다. 세금 제도와 운용은 각 계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대립을 낳는다. 동시에 세금은 사회적인 문제다. 세금은 모든 사회보장과 공적 제도 유지의 기반으로, 세금이 없다면 공공성도 없다. 이것이 세금 문제를 특정 계층, 특정 직군의 손에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 핵심적 이유다.

현재의 세금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에 관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손쓸 수 없이 망가진 제도들은 폐기하고, 일부 제도들은 수정·보완해야 한다. 행정부가 세액 계산 결과를 독점하고 현행 제도의 실상을 어려운 세율표로 감추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바꿈으로써, 얼마큼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이 세제 개혁이 무엇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이제 모두가 함께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토마 피케티·이매뉴얼 사에즈·카미유 랑데 지음/ 박나리 옮김/ 152쪽/ 12,000원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