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뭐길래, 우울한 10대들 명랑해지다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비밀 놀이 연구소>

<우리들의 비밀 놀이 연구소>는 공부도 놀이처럼 즐겁게 하는 방법과 무조건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 나간다. 명수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가오’ 잡는 일을 접고, 영화 제작 수업을 들으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학교축제 때 상영한다. 설리는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 자신이 역사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절로 역사 공부에 빠져든다. 형수는 혼자서 장르 소설을 탐닉하는 것에서 벗어나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고 글쓰기를 공부한다. 한마디로, 놀면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예기치 않았던 선물처럼 자신의 가능성도 발견한다.

이 소설은 음악이 꿈인 이들을 위해서 협동조합인 자립음악생산조합과 소셜 펀딩 등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어른들에게 구박받곤 하는 십대의 취미 활동이야말로 알고 보면 문화 발전과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도 한다.

늘 돈을 써야만 하는 놀이 산업에서 벗어나 진정 행복한 인생을 위해 스스로 놀이를 발견하고 즐기는 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또한 놀이를 외면하고 억압하다 보니 오히려 나쁜 놀이가 늘어나고 그 정도도 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극복할 성찰도 보여 준다.

고전의 지혜도 활용했다. 모스의 증여론』에서는 포틀래치와 쿨라 등이 보여 주는 선물과 나눔의 지혜를 ,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에서는 이누이트족의 독특한 재판을 비롯해 삶을 풍성하게 가꾸는 놀이의 지혜를 오늘날 상황에 맞게 되살렸다.

추천사

새는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기에 양쪽 날개가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한쪽 날개가 공부나 노동이고, 다른 날개는 놀이다. 한국에만 있는 풍토병인 ‘중2병’은 한쪽 날개로만 날아야 하는 학생들의 힘든 몸짓이 만든 병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병의 원인을 스스로 찾아 나서고 마침내 해결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청소년들이 이들처럼 양쪽 날개를 활짝 펼치기를!
-노명우 (사회학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저자)

본문 중에서

나 박명수, 올해 대한민국 중2가 되었다. 새 학년을 맞이하여 교실 창가에는 ‘가오’ 잡는 애들이 몇몇 더 생겨났고, 복도에는 스트레스를 지구 끝까지 날려 버리고 싶은 애들이 한 트럭은 생겨났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는 괴성을 지르고 달음박질하는 아이들이 점령했다. 당연히 그 한가운데 나도 있었다. 성적, 친구, 연애 등 스트레스 사유는 제각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오직 하나! 집-학교-학원을 오가는 도돌이표 생활뿐이었다. -7쪽

놀이는 좋아서 하는 일이다. 지금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또한 좋아서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흉내 내기를 안 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더 재미있게 더 잘해 보려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창의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같이 놀다 보면 관계를 맺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도 익힌다. 내가 아닌 타인을 상상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남들 따라 주어진 공부를 하다 보면, 성적순대로 대학에는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상상하며 놀이하는 아이들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상상하는 힘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 줄 테니 말이다. -185쪽

조유나 지음/사계절/188쪽/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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