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재벌家 '갑질' 왜? …'권력중독' 공감능력 떨어뜨려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 타인 무시… 재사회화, 시민 감시 '중요'

대한민국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없는 걸까.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家 '갑질'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의 수행기사 폭행사건,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상습 폭언과 백미러 접고 운전 등 위험천만한 지시에 이어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갑질매뉴얼과 폭행 등 재벌가 2,3세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왜 뻔뻔한가'의 저자 아론 제임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저서에서 이같은 '슈퍼 갑'을 '골칫덩(Asshole)'라고 칭한다. 그는 이른바 '갑질'은 마땅히 누릴 것을 누리고 있다',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제임스 교수는 "특권의식은 사회적 통념을 기반으로 한 도덕성에서 벗어나 혼자 만의 도덕 체계를 만들고 타인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타인의 불만을 무감각하게 넘기게 된다"면서 "이는 자신이 평등한 존재로서 도덕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일반적 의식과 충돌하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사생활'을 통해 권력 심리의 실체를 들춰낸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을 곧 '권력중독'이라고 부른다. 김 교수는 "권력을 갖게 되면, 또 그 자리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린다"며 "(이는) 권력이 생각과 행동, 감정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권력은 뇌 자체를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할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지각과 판단의 정확도는 떨어져, 타인의 행동을 자신이 가진 권력과 연관해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내 명성과 권력을 좋아하는 것일까?'라며 타인의 행동에 숨겨진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고 진심마저 왜곡해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하기도 어려워진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렇게 권력이 자기중심성을 강화하고 목표달성이나 자기 만족에만 집중, 결국 공감능력 저하는 이른바 '사이코패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고 설명했다. 권력에 도취한 갑들이 충동적이고 뻔뻔해지며 독선적으로 변할 수 있는 이유다.


◇ 인성보다는 이윤 극대화에 대한 교육만 '재사회화' 필요…'시민들의 감시' 중요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재벌 1세 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었는데,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점점 심해진다"면서 "결국 재벌가 교육이라는 게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고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이런 교육만 받았기 때문에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감각보다는 약한 사람들을 멸시하고, 이런 것들이 체득이 돼 갑질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권력이 정부로부터 시장, 기업으로 넘어갔고, 향후 경제 권력, 기업 권력을 움직일 사람들이 바로 이 재벌 3세"라면서 "이들이 인간 존엄성을 전혀 모른 채 좌지우지할 한국 재계 경영과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일반 서민들한테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상당히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가 '재벌 2,3세의 능력과 인성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강조하는 이유다. 국회의원들 또한 갑질로 국민의 공분을 사지만 대중과 매체에 의해 상시적 감시를 받는다. 반면 "재벌 2,3세들은 연예인보다도 감시를 덜 받지만 이들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은 국회의원 한두 명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재벌가에서도 자손들에게 이익 추구 위주의 경영수업만 시킬 것이 아니라, 덕성과 시민성을 반드시 길러줘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특권의식을 가진 재벌들은 고용한 사람들을 학대함으로써 우월감을 표시하고 자신의 특권을 확인하려고 한다"면서 "이런 왜곡된 '가학적' 행위는 우리사회의 물질만능주의 가치관과 잘못된 사회화때문이므로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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