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8일 오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귀순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철저히 함구했다.
당사자들의 신변 보호와 제3국과의 외교마찰 가능성,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안전 조치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다만 이들이 직업 특성상 해외근무를 하면서 한국 드라마 시청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을 알게 되고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라고 귀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들이 탈북을 결심하고 결행한 시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이후라고 강조했다.
이 정도의 단서만 가지고 탈출 경로를 추정하기는 극히 어렵지만, 일단 북한 해외식당이 주로 몰려있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일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북한 해외식당은 최근까지 12개 국가에 130여개가 운영 중이지만 이용객이 줄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유럽 유일의 북한식당인 네덜란드 소재 ‘해당화 식당’은 이미 지난해 가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중국 동북3성과 캄보디아에서도 폐업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13명에 이르는 탈북 종업원 숫자로 미뤄 유럽 지역보다는 식당 규모가 큰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의 식당에서 탈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은 집단탈북 과정에서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동남아 쪽일 확률이 보다 높아 보인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수도 프놈펜의 북한식당 6곳 가운데 3곳이 최근 영업을 중단했고 관광지인 씨엠립의 북한식당 2곳도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리 제재 이후 우리 정부도 독자적 제재를 통해 북한식당 이용 자제를 강력 권고하면서 영업난이 심화되자 누적돼온 내부 불만과 모순이 일시에 폭발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정부 발표처럼)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도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당성이 투철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이란 측면에서 식당 청산 과정에서 책임 문제 등이 제기된 것이 주요 요인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출신성분이 좋기 때문에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상호감시체제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탈북은 몰라도 집단탈북은 도모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탈북 종업원들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의 탈북이 한 달이란 짧은 기간동안 일사천리에 가깝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의 외부의 조력은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설명했듯 탈북자들의 신변보호와 외교마찰 등을 우려해 대부분 비공개해온 기존 관행과 달리 입국 하루 만에 전격 발표하는 것이나, 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 등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