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소방공무원 A씨가 소속 소방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소방서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부인과 이혼한 A씨는 지난 2014년 3월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B(여)씨를 만나게 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동거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뒤, B씨는 임신한 사실을 A씨에게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이별 통보였다. B씨는 A씨와 헤어진 후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3개월 만에 또 다시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자신을 찾아온 A씨와 재결합을 했다가 임신했는데, A씨가 재차 출산을 반대했던 것.
이에 B씨의 아버지는 A씨가 소속된 소방서에 관련 내용을 폭로하는 투서를 넣었고, 해당 소방서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이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지방자치단체 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낙태는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극히 내밀한 사적인 영역에 포함되고, B씨의 정신병력 때문에 혼인을 유지하거나 출산·양육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B씨 및 B씨 부모와 합의해 임신중절수술을 하게 된 것이지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무원이 임신중절수술에 관여한 것은 품위손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정직 처분을 할 정도는 아니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혼자 병원을 방문해 수술을 받았고, 원고가 수술을 받으라고 B씨에게 폭행·협박 등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B씨가 성격장애가 있긴 하지만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강요에 의한 수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영역에 불과하고, 이런 행위가 본연의 직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두 차례나 낙태에 관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비난받을 만한 행위로서 공직의 신용을 손상시키는 것이고, 품위손상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도 "강요에 의한 낙태가 아니었고, 기타 품위손상의 비위 정도가 그리 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징계처분의 위법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