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날은 ‘축구 수도’를 자처하는 수원의 축구팬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날이다. 바로 수원을 연고로 하는 K리그 클래식의 두 클럽인 수원 삼성과 수원FC, 수원FC와 수원 삼성이 나란히 홈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사실 수원에서 두 팀의 경기가 열린 사례는 있다. 하지만 수원FC의 K리그 클래식 승격으로 같은 리그에 속한 두 팀이 동시에 홈 경기를 치르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 삼성은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수원FC는 오후 4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울산 현대를 각각 상대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연고를 쓰는 두 팀의 홈 경기는 같은 날 열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수원FC가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에 뛰어든 이후 이 원칙은 수원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홈 경기 일정을 짜는 데 있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FC가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첫해부터 두 팀은 같은 날 2시간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홈 경기를 개최하는 특별한 상황을 맞았다. 과연 13일 수원에서는 K리그 클래식 두 경기가 열리게 된 것일까.
우선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부득이한 특수 사례’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각 팀의 일정을 만들기 위해 약 20여 개의 조건을 대입해 가장 균형있고 공평한 일정을 최종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다양한 조건 가운데 우선순위의 차이에 따라 부득이하게 두 팀이 같은 날 홈 경기를 치르게 됐다. 홈 경기 일정이 겹치는 것에 대해 두 구단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연고지를 사용하는 두 클럽이 나란히 홈 경기를 치르는 상황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반응은 차분하기만 하다. 서로의 홈 경기를 견제하기보다는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응이다.
수원 삼성의 한 관계자는 “수원FC의 홈 경기가 같은 날 열리는 것보다 단일 연고지 최초의 700만 관중 돌파 여부가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하다”면서 “선거일이라는 특성에 맞춰 선거를 콘셉트로 하는 홍보를 통해 많은 축구팬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기록 달성에 상당한 의지를 선보였다.
현재 수원은 창단 후 384차례 홈 경기를 치르며 699만1197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K리그 최초의 단일 연고지 700만 관중 동원까지 남은 관중은 8803명. 수원은 올 시즌 치른 두 차례 K리그 클래식 홈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만1366명의 관중을 모았다. 이변이 없는 한 이날 경기에서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2시간 늦게 홈 경기를 치르는 수원FC도 수원 삼성이 경쟁 상대는 아니다. 선거를 일찌감치 마치고 나들이를 가거나, 꽃 구경을 가는 수원 시민의 발길을 축구장으로 향하게 하겠다는 것이 수원FC의 목표다.
수원FC의 관계자는 “수원 삼성과 같은 날 홈 경기가 열리게 되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팬층이 두텁지 않은 우리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경기도 경기지만 14일은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선거에 참여하고 나들이를 갈 것인지, 아니면 축구를 보러 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을 한 명이라도 축구장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백 번의 마케팅보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팬들에게는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를 준비하는 만큼 프런트도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남은 것은 수원과 인근에 거주하는 축구팬의 선택뿐이다. 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제공된 하루의 휴식. 투표에 참여한 뒤 가족 또는 연인, 혼자라도 수원에 있는 두 개의 축구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