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을 2배 더 많이 고려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ㆍ장성인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에 참여한 3만8천887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자살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가족 중 자살을 시도한 구성원이 있는 그룹 442명과 자살시도자가 가족에 없는 그룹 3만8천445명으로 구분했다.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가족 중 자살시도자가 있는 그룹 26.3%, 그렇지 않은 그룹 14.1%로 2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는 조사 대상자들의 나이, 가계소득, 직업, 교육 정도 등의 변수가 반영되지 않도록 조정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통계분석에 따르면 가족 중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을 고려하는 비율이 2.09배 더 높았다.
장성인 교수는 "자살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병처럼 개인의 상태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라며 "비슷한 환경에 처한 가족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은 다른 구성원 역시 자살 위험에 노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우울증이 있거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나쁘다고 판단한 사람은 가족의 자살시도 여부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가족의 자살시도가 있을 때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2.09배, 건강상태가 좋다고 답한 사람은 2.46배 자살을 더 많이 고려했다.
평소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가족의 자살시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장성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들 역시 자살에 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아직 우리 사회는 자살 시도 당사자에 대해서만 심리적 치료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살 예방 등을 위해서는 자살 시도자 가족까지 고려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