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민중미술작가 레슬리 드 차베즈의 개인전 '이성이 잠들 때'가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5월 1일까지 열린다.
마닐라에서 태어난 레슬리 드 차베즈는 사회 정치적 이슈를 역사적인 상징들과 개인의 기억으로 재구성한 대형 회화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각과 개념적 설치작업으로도 그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모국인 필리핀이 겪어왔던 문화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역사, 동시대의 삶, 부조리한 정치와 종교 등 자국이 겪어왔던 굴곡진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다루며 당대의 문제를 통찰하고, 사회적· 시대적 징후를 신랄한 비유를 통해 재구성하거나 재창조하여 제시한다.
그는 예술이 사회에서 가져야 하는 역할과 기능, 반향에 대하여 고민하며, 예술을 통해 사회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자국민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작품의 주제는 필리핀 사회의 전반에 흐르는 부정과 부패, 폭력과 위선에 대한 분노이지만, 그의 작업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세계관을 창출하고 그를 둘러싼 세계가 파편화되는 환경을 창출한다.
그는 작업방식에 있어서 특이하고 개인적인 방법을 취한다. 작업에 앞서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들과 직접 찍은 사진을 이용해 사진 안의 사람들과 그들의 자세를 차용해 드로잉을 제작하는데, 보통 종이가 아니라 낡은 증명서나 붓을 닦던 판자 등 주변에 있는 물건을 이용한다. 이는 기억을 담고 있는 듯 보이는 표면이 낡은 물건들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러한 오브제들은 그의 설치작품의 출발점이 된다.
전시 제목 '이성이 잠들 때'의 명명 배경은 고야의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와 관련이 있다. 드 차베즈는 "고야의 작품이 다루는 문제는 우리시대의 문제와 비슷하며 이성이라는 개념을 인간의 지도원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필리핀의 종교문제를 다룬 '연극적 의식', ISIS 다에쉬의 끔찍함에 대응하는 작품인 '환율 계산기', 그리고 토지 횡령의 문제, 권력 싸움과 폭력, 그리고 불의를 담은 '오라프노비스의 유령' 등 신작 회화 작업과 더불어, 토지와 농지 개혁의 문제와 농부들과 정부 간의 갈등을 다룬 8x5m에 이르는 대형 설치작업 '에이포그' 등을 공개한다.
"내 작품세계는 필리핀의 역사, 식민지배, 종교, 제국주의, 교육문제, 권력투쟁, 동시대 문화, 정치와 사회적 가치 같은 필리핀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고찰하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포괄한다. 작품 제작 과정은 역사적 사건들을 재조명하고 현대의 사회적 담론들을 재 고찰하며 방법론으로서의 내면적 사색을 재발견함으로써 우리 필리핀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진실을 밝혀 내는 행위로 구성된다. 작가로서 나는 우리 사회의 만성적 문제들로 인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는 부당한 처우에 예술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를 진정으로 해방시키리라고 믿고 있다."
-레슬리 드 차베즈-
전시 기간: 5.1까지
전시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 작품: 회화 및 조각 설치작품 1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