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뒤 3국 정상은 언론에 '북핵 불용' 입장을 재확인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이후 박 대통령이 양국 정상을 개별적으로 만난 것도,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3국의 안보협력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아베 일본 총리도 "북한 핵·미사일은 3국 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3자협력을 강조했다.
미일 양국은 지난달 초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2270호 대북 제재결의와 별도로 독자적 대북 제재를 취하고 있다. 미일의 이같은 기조는 "안보리 결의 이행 뿐 아니라 각국의 독자 제재조치 시행을 서로 긴밀하게 조율해나가자"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는 셈이 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중국의 유엔 제재결의 이행 의지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마주한 상태에서 확인한 것도 이번 방미 외교의 분명한 성과로 평가된다. 올해 북핵 위기 이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유엔 대북 제재 결의 과정에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전통적 혈맹이자 경제적 후견인이던 중국 정상이 최근 채택된 초강경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천명한 이상, 북한의 추가도발 여지는 좁아진다. 북한은 핵전략의 전환 외에 유엔 제재로부터의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세계 50여개국을 향해 북핵 문제를 공론화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실증적 핵위협의 증거로 북핵을 제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필요성을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업무만찬 발언)는 말로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세계 핵안보를 우리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천명했다. 우리나라는 12월 개최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보 각료회의에서 의장직을 수임한다.
다만 미중일과의 긴밀한 대북 공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유엔 차원의 제재에는 동의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미북 평화협정 병행'을 주장하고 있어, 이견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
남중국해 문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 미중간 갈등 요인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의 우경화나 군사대국화,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갈등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틀어지는 경우 한미일 대북공조에 틈이 생길 소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