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을 갚지 못해 도피 생활을 했고 5평 남짓한 단칸방에 살며 자녀의 의무교육을 방치했다.
이 사실은 교육급여수급 아동인데도 교육 혜택을 못 받은 2명을 발견한 관계 당국의 조사로 드러났다.
◇ 부모 빚·생활고에…자녀 7명 학교 문턱도 못가
1일 광주 남부경찰서와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A(44)씨 부부의 자녀 10명 중 7명이 취학 연령이 지났음에도 학교에 전혀 다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큰딸(26)은 검정고시를 치러 고졸학력 자격을 취득했으며 아홉째와 막내(7) 등 2명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첫째(26) 등 20대 4명, 다섯째(18) 등 10대 5명,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까지 모두 10남매 중 4명은 출생신고도 제때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998년에 태어난 다섯째부터 2004년생인 여덟째까지, 4명은 지난해 4월 과태료 5만원씩을 내고 뒤늦게 출생신고를 마쳤다. A씨 부부는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을 갚지 못해 도망 다니느라 자녀 교육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몸이 아픈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식당일로 받는 일당 8만원과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아내는 "그동안 혼자 벌어서 아이들 키우면서 남의 도움은 바라지 않고 살았다"며 "의무 교육인 학교를 보내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는데…. 내가 학교를 안 보낸 것은 잘못했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부부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아동 장기 방임, 행정 구멍·이웃 무관심이 키웠다.
A씨 부부의 자녀 방임은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 학적부에 등재되지 않은 교육급여 지원 대상 아이 2명의 소재 확인에 나서면서 드러났다.
관할 구청과 주민센터는 A씨가 1998년생인 다섯째의 출생신고를 17년만인 지난해 4월에서야 했는데도 당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는 지난 2월 초 동주민센터에 교육급여지원 신청서류를 제출하면서 뒤늦게 출생신고한 아이들 중 초등학생 연령대인 2명을 함께 기재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음에도 임의로 00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써냈다.
그러나 개학 후 학교 측이 교육급여 대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두 학생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을 발견했고 동 주민센터와 경찰의 조사로 서류 속 2명뿐 아니라 총 7명이 초·중등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가족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초생활 수급지원 대상으로 제도권 내에 있었지만 교육·행정당국 공무원은 호적에 없던 아이나 호적에 있었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아이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은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 가정을 방문 조사했지만 학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10남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미취학·장기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 마련 등도 중요하지만 교육·행정·복지 기관이 서로 책임감을 갖고 연계할 것과 전문 기관 및 인력 등 인프라 확충을 병행할 것을 조언했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장기적으로는 부모나 이웃이 아동 양육과 훈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진국은 초중고 과정에서 양육의 책임감을 일깨우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존중·보호받아야 할 인격체임을 알리는 전 연령 단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교육 지원…'7자녀 학교 안 보낸 가정' 돕기 나서
구청과 경찰, 교육청, 담당 학교, 지역아동복지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시 건강지원센터 등 11개 기관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A씨 가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기관은 가정환경 개선과 미취학 자녀의 교육, 취업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은 자녀 7명 중 초등학생 나이의 자녀 2명은 학교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중학생 나이의 자녀 2명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를 통해 학업을 이어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독립한 3명의 자녀를 제외한 9식구가 단칸방에 살고 있어 남구청은 이들을 위한 임대 주택지원을 알아보고 있다.
또한 A씨가 지병이 있고 아내가 식당일용직으로 일하며 기초생활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는 만큼 성인이 된 자녀의 취업 알선도 검토중이다.
건강지원센터 등은 가족의 건강검진을 추진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밝게 자랐고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만큼 지원할 계획"이라며 "관계 기관과 함께 도울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