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한국 썰매, 그들에게 만족은 없다

썰매 종목의 불모지에서 탄생한 봅슬레이 2인승 세계랭킹 1위 원윤종·서영우와 스켈레톤 세계랭킹 2위 윤성빈(한국체대). 원윤종과 서영우는 세계랭킹 10위에서 지난 시즌을 시작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으로 당당히 1위까지 올라섰다. 윤성빈도 입문 3년 만에 세계랭킹 2위까지 뛰어올랐다.

2년 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메달 가능성을 그 어느 종목보다 바짝 끌어올린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지만 여전히 경쟁 상대, 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 스태프도 긴장의 끈은 늦추지 않는다.

2015~2016 겨울 시즌을 막 끝낸 지난 27일 강원도 평창의 봅슬레이·스켈레톤 스타트 훈련장에서 만난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은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하기 전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자신들이 참가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회상에 젖기도 했지만 다가올 새 시즌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봅슬레이 2인승의 세계랭킹 1위인 원윤종과 서영우는 자신들의 강점인 스타트를 더욱 강화해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당당히 세계정상에 오른다는 각오다.(자료사진=올댓스포츠)
◇ 예상보다 이른 세계랭킹 1위, 그래도 남은 숙제

2년 전만 해도 앞길이 막막했던 원윤종과 서영우지만 불과 1시즌 만에 이들은 세계랭킹 10위에서 당당히 1위까지 올라섰다. 2010년 알펜시아 리조트 내 경사지에 만들어진 스타트 훈련장에서 외롭게 땀을 흘렸던 이들은 세계적 수준의 장비와 스태프의 도움에 단숨에 세계 최고 실력자로 우뚝 섰다.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들과 달리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했던 이들은 남다른 간절함으로 스타트 만큼은 뛰어난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서자 이들의 장기는 평범한 수준이 되고 말았다.

서영우는 “우리가 세계랭킹 상위권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스타트가 강점이었다”면서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고 나니 우리의 강점이 더 이상 돋보이지 않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스타트가 잘할 때는 2위까지도 했는데 못 할 때는 6, 7위까지도 내려간다. (스타트가)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한다면 피니시 결과도 좋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이번 여름에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파일럿 원윤종은 “새 시즌을 대비한 체력 강화훈련을 위해 몸을 만드는 보조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4월부터는 더 나은 스타트를 할 수 있도록 체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10월부터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스켈레톤 입문 3년 만에 세계랭킹 2위까지 올라선 윤성빈(가운데)의 최종 목표는 '1인자' 마르틴스 두쿠르스(오른쪽)다.(자료사진=올댓스포츠)
◇ 내년에는 넘는다! ‘1인자’ 두쿠르스의 벽

평범한 고3 학생이던 2012년 갑작스레 스켈레톤 선수가 된 윤성빈은 엄청난 성장을 통해 출전하는 대회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지난 2월에는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신기원까지 열었다. ‘세계 최강’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꺾는 쾌거다.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과 북미 선수들보다 경력이 짧은 윤성빈이지만 무서운 집중력으로 그들과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윤성빈은 “우리는 워낙 간절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모든 연습을 소중하게 하고 있어 짧은 시간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그토록 넘고 싶어 하는 ‘1인자’ 두쿠르스에 이어 ‘2인자’의 자리까지 올라선 윤성빈은 “지난 시즌은 완벽하게 상위권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시즌은 모든 대회에서 100% 상위권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더욱 남다른 각오를 선보였다.

윤성빈에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오는 10월이면 완벽하게 다시 문을 여는 만큼 다른 나라 선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2년 뒤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이는 자신감이었다. 윤성빈은 “남들이 5번 실수할 때 나는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썰매는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선 봅슬레이 2인승과 스켈레톤에 이어 봅슬레이 4인승도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권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황진환기자
◇ 연이은 쾌거, 그래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선수들의 굳은 각오만큼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도 새 시즌을 대비해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세계적 수준에 오른 선수들은 물론,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도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다음 시즌 한국 썰매의 새로운 목표다.

이 감독은 “더 이상 우리 선수들이 고칠 것이 없다면 (현 상황이) 부담스럽겠지만 아직 우리 선수들은 고칠 점이 많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윤성빈은 다음 시즌에는 썰매를 3, 4대 정도 더 마련해서 트랙별 맞춤 전략을 준비할 것”이라며 “봅슬레이도 허리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도 1등을 했다. 또 처음 경험하는 트랙도 있었고, 썰매 테스트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도 하지 못했다. 시즌 도중에는 말콤 로이드 코치가 사망해 선수들 사기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다음 시즌은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봅슬레이 2인승과 스켈레톤을 예상보다 빨리 정상권까지 끌어올린 한국 썰매의 다음 목표는 봅슬레이 4인승. 이용 감독은 “봅슬레이 2인승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온 만큼 4인승도 버릴 수는 없다”고 분명한 목표를 밝혔다.

이 감독은 “4인승은 2년 전 스타트 훈련을 하다 넘어져 선수 2명이 쇄골이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린 기억이 있다”면서 “6월에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이 완공되면 부상 걱정 없이 4인승도 훈련할 수 있게 된다. 하루아침에 잘할 수는 없지만 계속 훈련을 하다 보면 다음 시즌에 ‘톱 10’, 올림픽 전까지는 ‘톱 5’에 진입해 동메달을 노려보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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