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연기’ 평창 슬라이딩센터, ‘실<득’ 일까?

이달 초 개장 목표, 빙질유지장치 이상으로 연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개장 연기로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 여름 또 다시 맨땅에서 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의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의 스타트 훈련장.(자료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전 세계 18번째로 만들어지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 전용 경기장(트랙)이다. 트랙 길이 1857m, 커브 16개, 관중석 7000석 규모다. 기존 트랙의 평균치와 비교해 커브가 더 많아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적응도가 성적과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동안 우리 선수들은 전용 경기장 없이 알펜시아 리조트 내 경사지에 만들어진 스타트 훈련장에서 훈련하며 세계적인 시설을 활용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적’을 이뤘다. 하지만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이달 초 화려한 개장에 앞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견되며 부득이하게 10월로 선수들에 개방을 미뤘다. 그나마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이 6월이면 개장한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공식 개장에 앞서 트랙의 빙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시설의 문제로 얼음이 녹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달부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적응 훈련을 하려던 국가대표 선수들은 예정보다 7개월가량 미뤄진 10월에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처음 경험하려던 해외 선수들도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리 선수들도 직접적인 타격이 크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29일 캐나다로 출국해 휘슬러 경기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썰매를 시험 주행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국내 기술로 제작한 이 썰매는 공정의 70%가량이 완료된 상태. 시험 주행을 거쳐 나머지 30%를 채운다는 계획이지만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시설 문제로 부득이하게 휘슬러 경기장에서 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와 함께 트랙 적응이 성적과 직결되는 썰매 종목의 특성상 우리 선수들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먼저 타지 못하게 된 상황은 분명한 아쉬움이다.


◇ 아쉬운 현실에도 대표팀은 '긍정 또 긍정'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및 후보선수 선발전이 열린 27일 알펜시아 스타트훈련장에서 만난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감독은 슬라이딩센터의 개장이 미뤄진 현 상황에 대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은 분명하게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은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차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조직위도 예정된 10월 중순이 아니라 10월 초에 개장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번에 타지 못한 것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선수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전까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총 600~700회가량 적응 훈련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식 개장이 늦춰지며 적게는 150회에서 많게는 180회나 기회를 잃었다. 예정보다 약 1/4이나 줄어든 만큼 타격이 컸다.

이용 감독은 10월 초에 정식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된 현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10월 말에 전지훈련을 나갔지만 10월 초부터 (평창에서) 훈련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전보다 더 일찍 4월부터 훈련을 시작해 일찍 트랙을 타게 되면 아무런 준비 없이 대회에 출전했던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봅슬레이 2인승의 세계랭킹 1위 원윤종·서영우 조의 원윤종 역시 “악조건은 언제나 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슬라이딩훈련은 할 수 없지만 중요한 스타트 훈련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10월부터는 탈 수 있으니 더욱 체계적으로 집중해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역시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더 탈 수 있는 만큼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5번 실수를 할 때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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