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함은 조선의 철학자이자 풍수지리의 대가로 괴인으로 불릴 정도로 자유롭게 인생을 살았던 자유주의자이자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소중히 여긴 휴머니스트다. 그는 쇠로 만든 갓을 쓰고 다니며 그 갓으로 밥을 지어 먹을 정도로 소박하고 소탈한 사람, 흙으로 움집을 지어 살며 속세에 찌들기를 거부한 사람, 거리의 걸인에게 당장 먹을 밥을 주기보다 평생 밥을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 사람이었다.
이지함 선생은 미치광이 연기를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서민의 삶을 가까이서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가난에 시달리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그들의 모습은 경쟁에 치여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는 토정 이지함 선생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충청남도에서 그의 흔적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천안시, 보령시, 면천면, 한산면을 중심으로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산모시관, 한산소곡주 명인 등 책에 소개된 9곳은 기다림, 우국충정, 효, 우정, 희생, 배움, 재능, 전통이라는 키워드로 각 장을 나누고 그에 걸맞은 이야기를 담았다. 각 장에는 이지함 선생의 명언을 실었다.
본문 중에서
마을 지형이 동자가 북을 치는 모습과 닮은 동자북 마을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삼국시대 말, 백제 사비성이 나당연합군에 함락된 후 백제 풍 왕자는 서천 지역까지 밀려난다. 마을에 있던 동자 19명은 풍 왕자를 지키기 위해 호위무사가 되어 북을 치며 전쟁을 북돋웠지만 모두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전투 당시 많은 비가 내렸는데, 그날 이후 비 오는 날이면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북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졌다. 은은하지만 처절하게 들리는 이 소리는 바로 동자들이 치던 북소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동자북을 만들었는데 동자북을 19번 치면 동자들의 혼령이 살아나 복을 주고 소원을 성취해 준다고 한다. -96페이지
유지은 지음/ 이야기나무/120쪽/1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