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영화제 죽이기"…'원아시아페스티벌'의 비밀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우연의 일치일까 혹은 의도된 것일까. '사면초가'에 빠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부산시만이 아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부산 원-아시아(One-Asia) 페스티벌(이하 원아시아페스티벌)이 부산영화제의 최대 맞수로 떠오른 탓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원아시아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초대형 장기 한류 축제다. 유명 한류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한류 관련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이 페스티벌의 기간이 부산영화제 기간과 절묘하게 겹친다는 사실이다. 원아시아페스티벌은 오는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고, 부산영화제는 같은 달 6일부터 15일까지 관객들과 만난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부산영화제에 대한 보복성 행사'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한 영화계 단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행사(원아시아페스티벌)와 관련된 관계자들조차 공공연하게 '부산영화제 죽이려는 행사'라고 이야기한다. 모두 큰 행사인데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전통적인 행사와 새로 시작하는 행사 둘을 같은 시기에 겹쳐서 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원아시아페스티벌에 참여 제의를 받은 문화·연예계 단체들은 자칫 잘못하면 부산시와 부산영화제 사이 치열한 대립 관계에 뛰어드는 셈이 된다.

한 단체 관계자는 "(원아시아페스티벌 참가) 의뢰가 들어오기는 했는데 잘못하면 지자체나 업계 어느 한쪽의 입장만 대변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니 조심스러운 것은 맞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부산관광공사 산하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사업단은 기획·운영 대행사 가운데 SBS플러스를 우선협상단체로 선정했다. 현재 SBS플러스 측은 사업단과 프로그램 배치·규모에 대해 논의 중이다.

SBS플러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중국 최대 명절이 10월 1일부터 7일까지다. 한류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중국 관광객들을 많이 유치하려는 목적이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기간을 이렇게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제 측 역시 해당 행사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다만 영화제 정상화가 당장 시급해 여기까지 신경을 쓸 여력은 없다는 입장이다.

◇ 대규모 행사 겹치기 개최에도 연계 움직임은 전무…'따로국밥' 될 판

영화 '다이빙벨'로 미운털이 박힌 부산영화제와 달리 신규 행사인 원아시아페스티벌은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 모니터단에 따르면, 부산시는 문화예술단체 경상보조금을 10% 일괄 삭감했지만 원아시아페스티벌에 대해서는 100억 원을 들여 준비 중이었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한 행사가 다른 행사를 잠식해 버리지 않고, 동등하게 연계하면 되는 것이다.

앞서 공개된 원아시아페스티벌 프로그램 구성안에는 분명히 영화·드라마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하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금까지 연계 시도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혀 별개의 행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원아시아페스티벌로부터 그런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SBS플러스 관계자 역시 "현재 부산영화제와의 연계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 애초에 행사를 추진하는 단체가 다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원아시아페스티벌 담당자는 "당연히 연계 계획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기조차도 부산영화제를 감안해서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자는 "저희의 핵심 콘텐츠는 부산영화제가 열리기 전인 1~4일에 걸쳐 계획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영화제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와 관련한 문제가 빨리 해결이 됐으면 한다"고 못박았다.

만약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 두 개가 겹치는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영화계 단체 관계자의 말처럼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지역 행사들은 '분산 효과' 때문에 함께 진행하지 않는다.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 이각규 소장은 "두 행사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면 분리해서 하는 것이 낫다. 대형 행사를 같은 시기에 하면 대중들의 관심이 분산되고 기대효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날짜 겹치기' 문제에서는 원아시아페스티벌이 중국 연휴 시기에 맞춘 것을 이해하면서도 국제 행사인 부산영화제 쪽이 좀 더 배려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제 행사는 날짜를 함부로 바꿀 수가 없다. 해외 영화인들이 그 시기 부산영화제가 열린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니 10월에 계속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날짜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결국 관건은 두 행사 간 '연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기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만약 '따로국밥'처럼 논다면 효과가 없다. 사실 두 행사는 타깃층이 다른데 상호 연계할 경우,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부산시가 제대로 문화행사를 열 수 있도록 부산시 내의 NGO 단체들이나 언론사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