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김종인, 비대위 불신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3일 당에 잔류하기로 하면서 중앙위에서 애초의 비례대표 명단을 뒤집은데 대한 불만을 여전히 드러냈다.

그는 "이번 중앙위에서 더민주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승인한, 칸막이를 친 비례대표 명단이 중앙위에서 거부당하면서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화살은 중앙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힌 비대위원들의 거취에 대해 "좀더 생각해서 결정한다"고 밝혔다.

비대위원들은 전날 열린 회의에서 "제대로 모시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을 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얼핏보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김 대표를 비대위원들이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국민의당 정동영 전 의원은 "18세기 조선시대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도대체 김 대표와 비대위원들 사이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복수의 더민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문제가 된 비례대표 명단 작성에 비대위원들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당선 가능성에 따라 A,B,C 그룹으로 분류한데 대해 김 대표는 "중앙위에서 통과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비대위원들은 별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 명단에서 당선 안정권인 10위권 안의 A그룹에는 일정 부분 비대위원들이 원하는 후보들도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김 대표가 직접적으로 원한 인물은 본인을 포함해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교수 등 3명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21일 열린 중앙위에서는 이 명단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도록 한 당헌을 위배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비대위원들은 이에 대해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동의한 명단이라면 무사 통과할 것이란 기대가 어긋난 것이다.

비대위원들은 긴급히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 비례대표 2번이었던 김종인 대표를 14번으로 미루고, 당선 안정권의 20%인 7명을 대표 전략공천 몫으로 하되 칸막이를 없앤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김 대표에게 보도되기도 전에 언론이 흘러나오면서 김 대표는 또다시 모양이 구겨지게 됐다.


더군다나 김 대표에게 7명의 전략공천 몫을 주려는 것도 중앙위에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7명에는 김 대표와 두 명의 대학 교수외에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문미옥 전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기획정책실장, 이수혁 전 6자회담수석대표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당선 안정권 의석수를 35석으로 비현실적으로 늘려잡은 것이 다시 반발을 샀다.

특히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김 대표와 통화한 결과 김 대표가 원한 사람은 7명이 아닌 3명 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앙위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이에 소위까지 구성해 어렵사리 당선 안정권을 20석으로 결정하고 대표 몫을 4석으로 줄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를 포함해 박 교수와 최 교수, 그리고 김성수 대변인이 김 대표의 전략공천 대상으로 지정됐다.

결국 김 대표의 의중이 실린 사람은 칸막이를 친 A그룹의 10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4명으로 축소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김 대표의 의도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김 대표에게 돌아갔다.

비대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 핵심 당직자는 "비대위원들이 사퇴하겠다는 것은 비례대표 사태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내가 임명한 사람들이지만 비대위원들 행동에 대해 100% 신뢰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김 대표는 비대위를 전면 개편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출신의 진영 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선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복지부 장관 출신인 진 의원은 국민연금 관련 정책을 담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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