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중에서는 청와대 출신이 크게 줄어든 반면 세무당국 출신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현행법을 무시하고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해 오다 변호사회의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인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오리콤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서울변호사회는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 전관 변호사 10여명의 조사위원회 회부를 검토 중이라고 22일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두산건설, 정병두 전 인천지검장은 LG유플러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룹별로는 동부그룹이 2명의 사외이사를 모두 관료 출신으로 뽑아 관료출신 비중이 가장 높았고, 현대차가 80.0%, 삼성이 77.8%로 뒤를 이었다. 반면 SK·포스코·한진 등 9개 그룹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2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30대 그룹 94개 상장 계열사 사외이사진에 새롭게 합류한 125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40.8%인 51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127명 가운데 60명(47.2%)이 관료 출신이었던 것에 비하면 9명 줄어든 수치다.
관료가 줄어든 대신 교수 등 학계(34명. 27.2%) 와 재계(20명. 16%) 출신 등 전문가그룹이 54명으로 8명 늘어났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2%로 관료출신을 넘어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전체 사외이사에서 전문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몸담았던 전직 정부기관은 청와대와 검찰, 법원 등 사정기관 출신이 각각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당국 출신도 11명(8.8%)으로 3위를 달렸다. 이들 부처 출신이 올해 선임된 전체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70% 수준에 육박했다.
그러나 부처별로는 부침을 보였다. 청와대 출신인사들의 경우 지난해에는 총 21명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지만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인 올해는 그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국세청과 관세청 출신은 지난해 6명에서 올해는 11명으로 2배 가까이 늘며 약진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7명(5.6%), 금감원 2명(1.6%) 순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 출신도 1명씩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그룹별로는 동부그룹이 2명의 사외이사를 모두 관료 출신으로 뽑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5명 중 4명을 관료 출신으로 선임한 현대자동차가 80.0%로 2위를 차지했고, 삼성이 9명의 사외이사 중 7명(77.8%)을 관료 출신으로 채워 3위에 올랐다.
이외 롯데와 두산, 신세계도 71.4%를 기록해 관료 출신 비중이 높았다. GS 현대중공업 CJ 현대백화점 동국제강도 신규 사외이사의 절반이 관료 출신이었다.
반면 SK는 7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지만 관료 출신이 한명도 없었다. 포스코 한진 금호아시아나 대림등도 2~4명의 사외이사를 뽑았지만 관료출신이 포함되지 않았다.
신규 선임된 관료출신 사외이사들 중에는 거물급 인사들도 많았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삼성전자와 롯데쇼핑의 신규 사외이사로 동시에 선임됐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창록 전 금감원 부원장은 각각 현대중공업과 한화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세무당국 출신 중에서는 국세청 국장을 지낸 김영기 세무법인 티앤피 대표가 현대건설과 현대홈쇼핑 사외이사를 겸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