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정치, 확 바꿀 순 없을까요"

정치벤처 '와글'의 계속되는 민주주의 실험

(사진='듣도 보도 못한 정치' 스토리펀딩 캡처)
"밥그릇 싸움 언제까지 할래. 지긋지긋하다" 정치 기사에 흔히 달리는 댓글 중 하나이다.

친박과 비박의 다툼, 비례대표 셀프공천 등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내부갈등만 반복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이미 '정치 불신' 수준을 넘어 '정치 혐오'로까지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정치는 변화금지구역이라도 선포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벤처 와글(WAGL, We All Govern Lab)이 정치권에 가하는 일침은 사뭇 신선하기까지 하다.

와글은 2015년 8월에 만들어진 정치벤처다. 정치문제를 보다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활동부터 시민의 정책발의까지. '민주주의'라는 말 뜻 그대로, 국민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 되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정치벤처 와글의 활동이다.

정당 추천 어플을 비롯해 예산 감시 어플리케이션이나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 등 온라인 정치 플랫폼을 주로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 나에게 맞는 '정당'을 추천해 준다고?

'핑코리아' 어플 화면 (사진=와글 제공)
와글의 어플리케이션 '핑코리아(Ping Korea)', 한마디로 우리나라 최초의 온라인 투표 가이드 서비스다.

북한, 경제, 사회문제, 물질 등. 4가지 차원으로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 정치성향이 가장 비슷한 정당을 추천해준다.

와글 정치앱 프로젝트팀 핑코리아 서정규 매니저는 "지역이나 인물 중심으로 투표하는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며 "어플을 통해 본인의 정치성향을 알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책 중심의 투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스토리 펀딩 최초의 '정치'이야기

와글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해 9월부터 3개월간 연재된 "듣도 보도 못한 정치"가 그것.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재미있어할지, 다음카카오 담당자조차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 했어요."

그래서 이진순 와글 대표는 웹툰과 일러스트, 사진 등을 넣어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고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듣도 보도 못한 정치' 스토리펀딩 캡처)
''왜 권력만 잡으면 골룸이 될까?', '잠금해제, 엄지들의 힘' 등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공감할 만한 말들로 내용을 채운 것이다.

그 결과, 스토리펀딩에 390명이 참여했고 약 84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목표펀딩의 16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성공적인 펀딩에 대해 이 대표는 "정치를 답답하게 여긴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와글은 시민 참여 정치에 대한 국내외 사례들을 연구하고 강연과 출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처럼 실시간으로 청중과 소통하는 인터액션 플랫폼을 도입해 '시빅테크(Civic-tech)로 혁신하다: 99% 민주주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 '정치를 말하고 고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도대체 와글은 이런 활동들로 뭘 바꾸고 싶은 것일까.

이진순 대표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국민들은 비례대표를 늘려야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견 없이 비례대표 축소에 동의했고 결국 7석이 줄었다"며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정치행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을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실제 생활 속 대의제 정치와 연결시키는 것이 와글의 목표다.

(사진=핀란드 국민입법 제안 사이트 캡처)
와글의 이같은 꿈은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핀란드에서는 국민들이 온라인 정치 플랫폼(https://www.kansalaisaloite.fi)을 통해 직접 입법할 수 있다. 6개월 내에 5만 명의 지지를 받은 법안은 의회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많은 사람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면 포퓰리즘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온라인 직접민주주의가 가져오는 폐단을 지적하는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이진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의 강점은 '복원력'에 있다"며 "다수가 모인 온라인 정치 플랫폼에서는 포퓰리즘이 발생해도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부작용이 심각한 정책이라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지금의 정치와 달리 순발력 있게 문제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글은 25일 어플 '핑코리아'의 런칭을 앞두고 있고, 작지만 의미있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와글의 끊임없는 시도가 국민과 점점 더 괴리감을 형성하고 있는 우리네 정치 현실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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