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몰고 온 'AI 혐오'…인간과 '공존' 해법은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는 만큼, 인간이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미래 문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다섯 차례 대국을 통해 불거진 현상이다.

이세돌 9단이 1~3국, 5국에서 알파고에게 내리 패하는 와중에 언론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았을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3연패 뒤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따내자 초점은 '인간 승리'에 맞춰졌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인간이 기계에게 질 수 없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었다. 이번 대국이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에만 머문 셈이다.

"인공지능한테 아직은 안 졌다. 인간이 이겼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는,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거둔 뒤 만난 한 시민의 말에서도 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이김으로써 인공지능도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인공지능이 현실에 미칠 영향력 등을 연구하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인간의 가치판단을 인공지능이 하기는 아직까지 어렵다"면서도 "알파고는 탐색이 가능한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SF영화 등을 통해 익히 봐 온,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혐오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정 교수는 "예전 산업혁명 시절과 비슷해 보이는데, 그 시절 방적기가 나왔을 때 그걸 때려부수는 '리다이트운동'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새로 생기기도 할 텐데, 산업혁명에 비해 지금의 변화가 빠를 수 있다. 이 경우 자연스레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니 사회에서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알파고로 인공지능이 높은 관심을 얻자 정부는 최근 'AI 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인공지능 산업의 특징을 외면한 채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 교수는 "국내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 철학적 고민은 굉장히 소모적인데, 여전히 개발 독재시대의 중공업을 부흥시키던 시각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정부에서 돈을 퍼붓는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혁신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변화를 이뤄 왔는데,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 분야에 접근해 고민을 나누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들은 현재 한국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소모적인 인식 수준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파고의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에 윤리적 보드를 설치해 달라고 얘기했는데 '내게 문제가 있다면 너희들이 제동을 걸어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법학회에서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활용을 고민하는 등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고민들을 단계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상생, 공생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시각이 중요한데, 기술 개발도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다면 코드 하나를 짜더라도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가 스며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인간이 탐욕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준 현대식 자본주의 논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인간이 먼저 자성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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