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얼마 받았어?"…동료 의사끼리도 비밀

일부 병원은 CT·MRI 촬영건수와 인센티브 연계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 우려"

#1. 대학병원 피부과 C 교수는 입사 동기인 다른 과 전문의들보다 급여가 적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진료수입 총액에 따라 개별 교수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C 교수는 평소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미용 분야로 진료영역을 넓혀 진료수입을 높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14일 한국의료윤리학회지 논문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빅5병원'을 비롯해 대다수 의료기관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마다 산정기준과 지급방식은 다르지만, 진료실적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 소재 A 대형병원의 비뇨기과 교수는 "1년에 두 번 인센티브가 지급되는데 수술 건수, 외래환자수 등 평가 항목에 따라 A, B, C, D 등으로 점수가 매겨진다"며 "같은 과 교수라도 최대 1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데 다른 병원과 비교하면 편차가 큰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높은 진료수입을 기록하려면 기본적으로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 따라서 인센티브는 얼마나 많은 환자가 특정 의사를 찾는지 인기도와 직결되기도 한다. 동료 의사 간에도 인센티브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이유다.

B 대학병원의 신경과 교수는 "매월 말 월급과는 별도로 진료에 대한 추가 수당이 들어온다"며 "금액 자체를 신경 쓰지는 않지만 내 환자가 얼마나 많고 적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니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센티브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매우 예민한 문제"라며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다고 하면 비급여 진료를 많이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 적게 받는다고 하면 환자가 없다는 자존심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동료 교수라고 해도 서로 묻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귀뜸했다.

이처럼 인센티브는 단순히 급여의 한 부분이라기보다는 의사들에게 성적표와 같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의 인센티브에 대한 부담을 진료수입을 증대시키도록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2. 3개월 전 중소병원 응급실에 부임한 P 과장은 예상치 못한 병원장의 호출을 받았다. 전임자보다 월평균 응급실의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질책이었다. 병원장은 P씨에게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기본급을 80%25 선으로 낮추고, MRI 처방 건수 등 진료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으로 계약조건을 갱신하겠다고 압박했다.

D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대학병원 정도에서 비급여나 과잉진료를 강요하는 경우는 적다"면서도 "그러나 경영이 어려운 병원들은 목표 진료수입을 진료과별로 설정하고 압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진료과에는 장비를 구매해 주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압박이 존재한다"며 "인센티브를 보면 진료과 내 어떤 의사의 진료수입이 낮은지 추정할 수 있으므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사가 받는 진료수입에 대한 압박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칫 인센티브에 대한 부담감에서 CT, MRI 촬영 등 기본진료 외에 이뤄지는 검사, 시술, 수술 등을 환자에게 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K씨는 아들의 권유로 수도권 대형병원 M 교수에게 수술받기로 했다. 그런데 M 교수는 로봇 이용 수술을 주로 하고 있어서 일반 수술을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K씨는 중년을 넘긴 나이여서 목에 흉터가 조금 더 크게 나는 것은 신경 쓰이지 않아 일반 수술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교수의 일정을 고려해 결국 몇 배가 비싼 로봇수술을 받아야 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의사의 이익 때문에 불필요한 검사를 받거나 더 비싼 진료를 받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며 "인센티브 제도 자체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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