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 상대 '이세돌'이어야 했던 이유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앞서 열린 1∼3국에서 연이어 불계패의 쓴 맛을 본 그였기에 이날 얻은 승리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대국 상대로 왜 이세돌 9단을 선택했을까. 여기에는 이세돌 9단의 바둑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바둑사상 프로 통산 첫 1000승이라는 대기록을 쓰며 '전설'로 남아 있는 서봉수 9단은 "잘 알려진 대로 이세돌은 변화무쌍하고 전투에 강하며 반전을 즐긴다"고 평했다.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경우의 수가 장기, 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바둑에서는 치밀하고 빠른 연산 외에도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람의 직관과 통찰력이 승부에 큰 역할을 한다"며 "지금까지는 컴퓨터가 사람의 직관과 통찰을 흉내낼 수 없다고 봤는데, 알파고의 경우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둑 애호가이기도 한 맹 교수는 "최정상에 있는 프로기사들에게 있어서 수읽기(바둑돌 놓을 좋은 자리를 미리 생각하는 일) 능력이 비슷하다고 봤을 때, 이 9단은 보다 짧은 시간 안에 직관적으로 수읽기를 하는 모습"이라며 "바둑을 두다 보면 판 전체가 얽혀서 바둑돌 하나로 인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이 9단은 이런 점을 감각적으로 파악해 이길 판은 이기고 질 판도 뒤집는 식으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나간다"고 봤다.

이세돌 9단의 이러한 특징을 알파고가 학습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보다 발달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맹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바둑처럼 복잡한 경우의 수를 예측하면 무인차량이 자동주행할 때 돌발상황이 벌어져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처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며 "결국 인간과 비슷한 사고,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승리한 13일 대국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팀 리더는 "알파고에게 있어 중요한 점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라며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개발자는 허점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돌 9단 같은 세계 최강의 기사와 대국해야 허점을 파악할 수 있다"며 "중앙 수순에서 알파고가 밀렸다. 알파고가 단점과 한계를 노출했다.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다. 미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국을 지켜본 맹성렬 교수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으로 봤을 때, 기술적으로 인간의 직관력과 통찰력을 흉내내는 데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한 허점이 앞선 경기에서도 보였는데, 그것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제4국에서는 아주 결정적인 부분에서 노출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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