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감독은 사실상 올 시즌이 정식 사령탑 데뷔 시즌이다. 지난 시즌 중 허재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을 맡아 나머지 일정을 마친 뒤 승격됐다. 감독이 된 이후 첫 PO다.
그러나 추 감독은 "감독 첫 PO라고 해서 긴장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자신있는 표정을 지었다. 5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낀 선수 시절 워낙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추 감독인 까닭이다.
에이스 안드레 에밋에 대한 상대 집중 견제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 눈치였다. 추 감독은 "정규리그 때 인삼공사가 더블팀, 심지어 트리플팀까지 들어왔기에 에밋도 적응했을 것"이라면서 "누가 맡든 관계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 추 감독에게 단 한 가지 우려 사항이 있었다. 바로 정규리그 이후 4강 PO까지 실전 공백이다. 추 감독은 "경기 감각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그나마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KCC는 지난달 21일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 꼭 2주 동안 경기가 없었다.
평가전도 많지 않았다. 추 감독은 "대학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하려고 했지만 MBC배 대회가 있어 여의치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추 감독의 모교인 한양대와 두 번 맞붙었을 뿐이다. 추 감독은 "그것도 MBC배에서 탈락한 이후 3월에만 두 번 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그래도 두 번째 경기는 좀 나았지만 첫 번째 경기는 못했다"고 말했다.
1쿼터 KCC는 상대 오세근에게 첫 2득점을 내줬지만 잠시뿐이었다. 1분 10초 만에 에밋이 3점포를 꽂으며 단숨에 역전을 만들었다. 에밋은 32초 뒤에도 3점슛을 성공시켜 기세를 올렸다.
추 감독이 "고비가 될 수도 있다"던 1쿼터는 KCC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에밋은 1쿼터만 3점슛 3방 포함, 13점을 쓸어담았다. 하승진과 김민구, 정희재까지 1쿼터 KCC의 야투 성공률은 57%였다.
오히려 실전 감각이 부족해보인 팀은 인삼공사였다. 1쿼터 인삼공사는 야투율이 25%에 머물렀다. 인삼공사는 삼성과 6강 PO에서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보였지만 이후 5일 만에 슛 감각이 저하됐다. KCC는 추 감독이 우려한 1쿼터를 22-12, 10점 차로 앞섰다.
2쿼터 인삼공사는 마리오 리틀을 앞세워 10점 차 안쪽으로 추격했다. 그러나 KCC는 김민구, 전태풍, 김태술 등의 외곽포와 허버트 힐의 골밑을 앞세워 39-29, 10점 차 리드를 지켰다.
후반에도 KCC는 기세를 잃지 않았다. 1쿼터 보인 좋은 출발의 분위기를 이었다. 에밋이 돌파로 상대 수비를 모은 뒤 하승진 등 동료들에게 빼는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살아났다. 하승진도 골밑에서 빼준 패스를 김민구 등이 외곽포로 받아먹었다. 3쿼터 4분18초 전 KCC는 52-33까지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날 승패는 1쿼터 기 싸움에서 갈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KCC는 인삼공사를 80-58로 누르고 5전3승제 시리즈의 1차전을 가져갔다. 에밋이 양 팀 최다 27점(8리바운드 4도움)을 올렸고, 하승진이 15점 16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켰다.
인삼공사는 6강 PO의 영웅 이정현이 손쉬운 레이업슛을 놓치는 등 슛 난조 속에 먼저 1패를 안았다. 이날 두 팀의 야투율은 KCC 47%, 인삼공사 33%였다. 두 팀은 하루를 쉰 뒤 9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