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과 '동주'는 이번 주말(4일~6일) 각기 박스오피스 1위와 5위에 머물렀다.
'귀향'은 주말 동안 무려 60만 명의 관객을 모아 300만을 향해 가고 있고, 동주 역시 11만 명 가량의 관객들을 동원해 100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 영화는 할리우드 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는 '위안부'로 끌려간 두 소녀들이 겪었던 참상을 전한다. 이 영화는 투자가 어려워 14년 만에 완성됐고, 약 7만 5천 명의 개별 후원자들이 힘을 보탰다.
'동주'는 '왕의 남자', '사도' 등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 받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다. 5억 원을 들여 흑백으로 제작된 영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윤동주 시인과 그 친구인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그린다. 영화에서 이들은 '시인'이나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가장 빛나는 시절, 끝내 일제에 짓밟혀 사라진 청년들이다.
사실 이들 영화에는 대단한 스타나 여타 상업 영화들처럼 화려한 무엇은 없다. 아픈 역사를 그려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대부분 '액션'을 가미해왔던 것과는 확연히 그 양상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귀향'과 '동주'가 가진 '역사적 진정성'이 존재한다. 흥행을 목표로 하지 않은 감독들의 뚝심이 오히려 영화에 득이 된 것이다.
이들 영화는 고통스러운 역사 속에서 살다 간 개개인의 삶에 집중한다. 거기에는 어떤 대단한 목표도, 반짝이는 결과물도 없지만 '이런 사람이 잔혹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차마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았거나, 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진실을 폭로함으로써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이 사회와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무겁고 아픈 역사일지라도 관객들은 이들 영화를 스스로 찾아 나서고 있다.
'귀향'과 '동주'의 의미있는 흥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들 영화를 흥행하니까 보는 영화가 아닌, '봐야만' 하는 영화로 인식하고 있어 그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장기 흥행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