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저자는 이 세상에 없지만 새로운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며, 저자는 책과 함께 독자들의 삶에 동행인이 될 터이다.
선생은 생전의 한 인터뷰에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무기수의 옥중 서간이라면, 이 책 '처음처럼'은 다시 쓰고 싶은 편지라고 하였다.
이 책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이 담겨 있다. 관계론을 바탕에 둔 신영복의 철학이 담겨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사색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큰 울림의 언어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신영복의 서화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서 초판이 출간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개정신판에는 초판본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글과 그림이 대폭 추가되었다. 이 책은 모두 4부 215편의 단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초판본과 비교하면 90편 가까이 새로운 원고가 추가되었다.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은 사람들이 가꾸는 꽃 뜰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들판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았은 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잡초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봄이 오는 곳)
"세월호의 참사는 하부의 평형수를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과적, 증축, 정원 초과 등 상부의 과도한 무게에 비하여 하부의 중심이 허약하였기 때문이비다. 이러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부를 증축하는 감시 권력의 강화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부의 중심이 든든해야 합니다. 하부는 서민들의 삶이며 그것을 지키려는 민중운동입니다. 이러한 서민들의 의지르 억압하고 상층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평형수를 제거하고 또 다른 세월호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세월호)
신영복 글·그림/ 돌베게/308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