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정보기술업체, 통신사가 자동차를 내세운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자동차 업체가 세계 모바일 박람회에, 그것도 메인 홀 한 가운데 자리한 것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멀리 해외까지 갈 것도 없다. 삼성과 LG전자, SKT, KT 등 국내 업체들도 커넥티드 카에 뛰어들었다. '모바일이 모든 것'이라는 올해 MWC 주제처럼 모바일은 자동차와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차'와의 '융합'을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로 지목한 셈이다.
커넥티드 카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실제로 자동차 대시보드에 스마트폰 화면이 뜬다.
운전자는 이 화면을 터치해 차 안에서 전화도 하고 인터넷도 한다. 실시간으로 교통이나 날씨 정보를 제공받고 뉴스도 본다. 평소 스마트폰을 음악과 동영상을 감상하듯, 차 안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누린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풍부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로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드라이빙 이모션'을 제공한다면, 스마트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통신' 시스템은 차량의 엔진과 바퀴 등에 탑재된 센서로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예를 들어, 운전 도중 사고가 나면 보닛 또는 바퀴 등에 탑재된 센서가 GPS 위치정보를 차량의 서버에 전송, 이 정보는 차량에 저장돼있던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달되는 형태다.
삼성전자가 이번 MWC에서 선보인 '삼성 커넥트 오토(Connect Auto)'가 바로 이같은 솔루션이다. 삼성 커넥트 오토는 운전자가 주행 중에도 폰이나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에 있는 음악, 영화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자동차 주인의 운전 습관을 인식해 위험이 우려될 때 알람을 울리고, 외부의 강한 충격을 감지하면 미리 설정한 연락처로 메시지를 자동 전송해 교통사고 대처를 돕는다.
SK텔레콤과 KT도 MWC에서 커넥티드 카 데뷔전을 치뤘다. SK텔레콤은 태블릿을 차량에 연결하는 'T2C'(Tablet to Car)를 공개했다. 솔루션은 삼성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삼성은 자동차를 전시관에 직접 들이지는 않고 간접 시험 정도로 부스를 꾸몄지만 SK텔레콤은 T2C를 행사장 외부에 전시해 MWC 관람객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진행하는 등 커넥티드 카에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KT도 전면 카메라로 차량 주변의 다른 차량과 보행자를 인식하는 솔루션을 시제품 수준으로 선보였다.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는 행사장 한가운데 대규모 전시관을 차리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Sync)를 전시했다. 주행 도중 앱으로 맛집을 찾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또 VR체험관도 마련해, 미래 자율주행차의 모습을 생생하고 실감나는 영상으로 선보였다.
이외에도 에릭슨은 차량 내부를 변신시키는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공개했고, 차이나모바일과 에이서도 자동차 관련 솔루션을 소개했다. AT&T는 자율주행 아우디를 전시했고 HP는 전기차에 인터넷을 연결했다. 텔레포니카는 커넥티드 오토바이를 선보였다.
바로 모든 상황을 자동차가 판단, 제어해 스스로 운전하는 '무인자동차'다. 전문가들은 무인자동차를 하나의 '로봇'으로 보고 있다.
AT&T의 한 관계자는 "무인자동차의 시스템만 제대로 구축된다면 졸음·음주운전이나 순간의 실수 등으로 사고를 낼 수 있는 사람에 비해 훨씬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차량들끼리 교통 정체나 도로 상황 등을 주고 받으면서 체계적인 교통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