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MB맨'으로 분류되는 허 회장은 연임을 놓고 '친박'계 후보와 경쟁 중이고, 수영연맹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23일 코레일 전 사장을 지낸 허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손모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 4곳을 용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압수수색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주목받던 코레일 주도의 용산 개발 사업이 착수 8년 만에 검찰의 본격 수사를 받게 된 건 지난해 말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되면서부터이다.
검찰은 용산 개발 사업을 주도한 허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손씨의 비자금 조성 등 비리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발된 지 약 한 달 만에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관련 서류를 확보했고, 이날 허 회장의 최측근까지 겨냥하는 등 다소 이례적으로 보일만큼 신속하게 움직였다.
용산 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허공에 날린 자금만 1조원 규모이고 허 회장이 총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던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허 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는 게 수사 목표이지만 대표적인 보수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 차기 회장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이루어진 압수수색이어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허 회장의 경쟁자는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대통령 홍보특보를 지낸 재선 의원 출신의 김경재 후보다.
허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코레일 사장을 맡아 'MB맨'으로 통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김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며 '친박 인사'가 됐다.
앞서 허 회장은 2015년 2월에 실시된 자총 선거에서 이동복 후보를 누르고 회장에 당선됐다. 이동복 후보는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간부를 지낸 친박 인사다.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자총 회장에 허 회장이 친박 인사를 꺾고 당선되자 일찌감치 괘씸죄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자총 회장 선거 일정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고발 사건을 수사해 이미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나온 혐의로 이번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한창 진행 중인 대한수영연맹 수사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수영연맹 시설이사 이모씨를 비롯해 3명을 구속한 검찰은 국가대표 발탁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수영연맹 전무인 정모씨까지 구속하는 등 수사 타깃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그러나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체육회 발족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연결해 해석하기도 한다.
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기흥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앞장 서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는 대한수영연맹 회장이다.
당초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다음달 27일까지 통합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대한체육회는 통합체육회 정관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15일 발기인대회에 불참하는 등 당장의 통합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명수사' 논란이 일자 검찰 관계자는 "남아 있는 첩보를 처리하는 것"이라면서 "하명수사라는 말의 정확한 정의를 모르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괘씸죄' 또는 '하명수사'가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고발과 첩보가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됐을 뿐 '오비이락'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