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언은 그동안 개성공단 임금의 사용처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4일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가운데 70%가 북한 노동당 서기실로 들어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같은 내용의 개성공단 임금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한 결과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은 당·정·군이 나서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외화는 당 39호실과 서기실에 보관돼 핵 미사일 개발,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과 기타 비용은 미국 달러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 근로자가 아닌 당국에 전달되고 궁극적으로 다른 외화와 같은 흐름을 거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임금도 다른 외화벌이 사업과 마찬가지로 당으로 전달돼 핵과 미사일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이런 자료들을 근거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국민에게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 관련 전문가들이나 야당에서는 홍 장관이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홍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박근혜정부가 2013년 3월7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한 것이 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는 '회원국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 교수는 "홍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고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음을 시인한 것이라면 매우 심각한 국제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홍 장관이 지난달 22일 통일부 업무보고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홍 장관은 당시 "개성공단이 남북 관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분명한 위치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만약 핵개발에 사용된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개성공단 가동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유엔 결의안 위반이 돼 우리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개성공단 임금으로 들어간 자금의 상당부분이 다양한 생필품과 근로자들의 복지 비용으로 지출된 것은 정부도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차라리 북한의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기 위한 포괄적 제재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WMD 개발과 개성공단을 연결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지라는 결정을 내린 뒤 이를 정당화할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기존의 주장을 부정하는 논리를 편 셈이라는 것이다.
야당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개성공단 자금 70%가 노동당에 상납되고 이 가운데 일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증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이같은 상납 사실을 파악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처럼 모호한 설명으로 일관한다면 정부의 주장은 개성 공단 폐쇄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며 주장했다.